모든 생명체에게는 한정된 시간이 주어져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우리는 자연적인 한계 상황을 우리 자신의 목적과 필요에 의해 묵살하거나 다른 상황으로 전도시키며, 이러한 과정은 그 생명체의 실체를 올바르게 인식하는 것을 방해하기도 한다.
즉, 흔히 일상에서 보는 길모퉁이 혹은 틀판에서 꺾여 온 장식용 꽃이나 식물들은 꽃병 안에서 "살려두기"라는 인공적인 장치를 통하여 생과 사의 경계 사이에 서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장식을 위해 꺾인 꽃들은 인간들이 설정해 놓은 상징적 아름다움을 위해 우리들의 허상일 뿐이며, 실은 그 속에서 방치되어 있다. 따라서, 가끔은 이렇게 삶을 인공적으로 연장하는 행위가 우리들 자신에게도 행해지고 있지 않을까, 라는 반문을 해보게 된다.
일정하게 늘어서 있는 의학용 링거 봉투 안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와 신선하게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꽃봉우리가 들어있고, 그 봉투의 고무호스를 통해 물을 받지 못한 시들어진 장미줄기가 밖으로 나와 있다. 이렇게 "살려두기"의 장치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한 눈에 펼쳐 보이고, 우리는 그 모호성 앞에서 혼돈을 느낀다.(서민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