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에게 한가한 마음, 맑은 정신을 일깨우는 선(禪)적이고 관조적인 내용을 담은 작품을 더 본격적으로 하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어렵고 전문적인 어투나 내용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주노아트(대구시 수성구 매호동) 개관전 작가로 초대돼 대구에 내려온 판화가 이철수씨(53)는 "예술작품은 어느 장르든 대중이 좀 더 쉽게 공감하며 다가갈 수 있도록 작가들이 다각도로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씨는 충북 제천 외곽의 농촌마을에서 아내와 함께 농사를 지으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농사도 적지 않다. 20년간 익힌 능숙한 농사 솜씨로 문전옥답 1천평과 이보다 넓은 밭을 일구고 있다. 기계의 도움을 받지만 농사꾼이 아니면 소화할 수 없는 규모다. "농사가 본업은 아니지만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농사와 판화작업, 사람 만나는 일,책 읽기가 생활의 전부"라는 이씨는 "공부 삼아 하는 농사가 내 작업의 원천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이 너무 많이 찾아와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기는 문제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1980년대 말부터 자신에 대한 성찰과 생명의 본질에 대한 관심을 토대로 존재와 삶에 대한 통찰을 글과 그림으로 담아내고 있는 이씨의 작품은 시·서·화가 공존하는 전통적 회화를 현대적 판화로 되살렸다는 평을 듣고 있다. "서양화가 들어오면서 시서화를 함께 하는 수준높은 교양인의 전통이 사라진 것은 안타까운 일로 혼자라도 밀고나가고 싶었다."
앞으로는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시장에 더 중점을 둘 계획이라는 이씨는 "작품도 이에 맞춰 화면의 미술적 효과를 더 강화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노아트 개관전은 오는 23일까지 열리며, 11일에는 작가와 팬의 만남 시간을 갖는다. (053)794-3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