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호텔 세종갤러리 1관에서는 4월 11일부터 23일까지 서양화가 김형길 작가의 개인전이 열린다. 김형길은 크고 작은 사각의 종이 상자를 서로 이어 붙인 뒤 돌가루가 섞인 물감을 바르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작가이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작품의 소재와 색채, 작가의 감수성과 어울어져 독창적이고 서정적인 동화를 만들어낸다.
누구에게나 기억은 존재한다. 어떤 것은 기억을 넘어 추억이 된다. 김형길은 이러한 자신의 기억과 추억을 소재로 삼는다. 작품 속의 상자들은 어렸을 적 누구나 가지고 있었을 법한 보물상자와 같다. 우리가 어렸을 때 소중한 물건들을 보물상자에 담아 놓았던 것처럼 작가는 자신의 기억을 자신만의 언어로 상자에 넣어 보여주고 있다. 상자 속에 담겨져 있는 별, 달, 종이배 등의 이미지와 어린아이가 낙서한 듯한 알 수 없는 형상들, 끄적거려진 글씨들은 유년시절의 일기장을 펼쳐놓은 듯하다. 또한 주로 사용된 파스텔 톤의 색조는 편암함을 주는 동시에 희미한 옛 기억을 상징하는 듯 보인다. 이렇게 동화책을 한 장 씩 넘기는 듯한 느낌으로 하나하나의 상자를 눈으로 따라가다 보면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올라 아련해진다.
작가는 컵, 의자 등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의 이미지들을 사용함으로써 기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늘 가까이에서 차를 마시면서 또는 책을 읽으면서 언제든 꺼내어볼 수 있는 거라는 평범한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그의 작품 대다수에 붙여진 <머문곳에>라는 제목처럼 머물렀던 곳에 있는 기억과 그것을 떠올리게 하는 지금 있는 자리를 돌아보고, 마음에 담고 있던 그 순수한 추억들을 되새겨 볼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