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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으로 보낸 도록(책자)을 재가공하여 등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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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시 |
2006.04.13.목~2006.05.31.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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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글 |
지승(紙繩) 조형을 통한 손의 사유(思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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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승(紙繩) 조형을 통한 손의 사유(思惟)
- 김지현의 작품세계-
사람들은 머리로만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도 사고한다. 즉 인간에게 있어 이성과 손이라는 유기적 기관은 같은 비중의 가치가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손의 사유’야말로 예술사유의 또 다른 확장개념이다.
한국화를 전공한 김지현은 우리의 전통에서 보이는 지승에 천착하여 그것을 현대미술의 새로운 매체로 해석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지승(紙繩)이란 종이 노끈, 즉 한지를 길게 잘라 노끈 형태로 만든 것으로서 방수성과 내구성이 강한 재료로 우리의 전통 생활용품을 만드는 데도 활용되었었다.
필묵의 선과 음영을 통해 대자연의 섭리를 표출해왔던 것이 전통 한국화의 흐름이었다고 본다면, 작가는 시각을 달리하여 우주와 인간의 교감을 지승이라는 매체를 통해 점, 선, 면으로 함축해내고 암시한다. 그는 한지를 좁고 길게 잘라 일일이 직접 손으로 비벼 꼬아서 지승을 만들고, 그것으로 화면을 꼼꼼하게 채워나간다. 한지를 꼬는 수공작업 속에 이미 손의 사유가 개입되고, 그것은 바로 창조의 프로세스를 이루기도 한다. 먹과 붓 대신 지승의 선과 면으로 대자연의 공간 및 심상공간을 암시하여 드러내는 것이 그의 작업의 묘미이다.
작가의 심상과 정신적 필연성에 따라 조밀하게 메꾸어진 화면은 지승 특유의 부드러운 마티에르 효과 뿐 아니라,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음영의 효과로 인하여 특유의 화면 공간을 배태한다. 화면은 얼핏 보아 비슷한 톤의 백색 공간이지만, 조형의 밀도에 따라 허(虛)와 실(實), 즉 비움과 채움의 심상공간이 느껴지며, 말(言)과 침묵 사이의 울림과 여운이 느껴지기도 한다. 동양회화의 전통 화론에서는 달변의 말 보다는 허를 부리는 기술, 즉 허술(虛術)을 더 높은 가치로 여겼었다. 백색의 한지는 자체가 허공을 품고 있다. 그런데 한지의 허공이 지승의 선(線) 조합의 밀도에 의하여 조형언어로 환원되면서 말과 침묵 사이의 아슬아슬한 울림이 배가되고 있다. 지승의 부착방향이나 지승선끼리의 관계성에서 빚어지는 유기체적인 흐름 또한 작가의 마음의 향방을 담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처럼 마음의 흔적을 암시하는 화면들은 변형 캔버스의 공간 효과에 따라 갤러리 벽면의 공간과 습합되고 또는 확장되면서 실제 공간 속으로 증식되어 간다.
지금까지의 작업 중에 눈에 띄는 것은 <대지의 힘-평온> 시리즈와 <이니스프리> 시리즈들이다. 이들 작품의 제목에서도 암시하고 있듯이 작가의 예술의지는 대자연과의 교감을 통한 영혼의 치유(治癒)에로 방향 지워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벽면을 덮는 거대한 화면에서부터 아주 작은 사이즈의 작품들에 이르기까지 대지가 품고 있는 ‘압도적인 고요’의 이마쥬를 평온으로 풀어낸 작품들은 오늘날의 우리네 삶이 잃어가고 있는 것들을 새삼 환기시켜준다. 즉 바람 한 결조차 영원의 시간 속에서 불어오는 것이며, 차 한 잔을 마시는 순간조차 무궁한 우주적 시 공간의 영원성을 마시는 일이라는 것을 음미하게 한다. 또한 최근의 작업 <이니스프리>는 윌리엄 예이츠의 시(詩)를 모티브로 하여 그 이마쥬를 나름대로 풀어낸 작품들이다. “ 나 이제 일어나 가리, 이니스프리로 / 거기 나뭇가지 엮어 진흙 바른 작은 오두막 하나 짓고 / 아홉 이랑 콩밭과 꿀벌통 하나...” 라고 읊었듯이, 작가도 자연의 섬으로 돌아가고자했던 도시인의 염원을 암시한다. 현대의 삶이 각박해질수록 사람들은 마음 속의 원향(源鄕)을 그리워한다. 이 작가의 작업에서 흰 바탕에 하얗게 떠 있는 마음 속의 섬을 읽어낸다면, 누구나 꿈꾸는 고향을 하나씩 품어갈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다양한 사고의 폭을 지승작업으로 이어갈 것인가일 것이다. 모든 면에서 방법이 곧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작업의 방향성을 끊임없이 반추하는 자세가 필요하리라고 본다.
장미진(미술평론가, 미학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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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대강 설명
1) 내용적 측면: 예이츠의 유명한 시 ‘이니스프리 호수의 섬’에서 따온 것인데 여기 본인 작품에서의 이니스프리는 누구나 마음 속에 한번 쯤 꿈꾸는 이상향의 알레고리즘적 상징어로써 표현하고 잇다.
2) 표현적 측면: 화이트 모노크롬- 모든 빛의 색을 섞으면 흰 빛이 된다. 여기서 빛이라 함은 이상향을 말함으로, 백색 순수 지향주의를 나타낸다.
3) 소재적 측면: 지승(紙繩)- 지승이라 함은 한지를 꼬은 것이다. 본인의 작업에서도 한지를 직접 하나하나 꼬아 부착함으로써 손맛이 살아나 정서적 편안함과 동시에 방향에 따라 달리 보이는 명도 변화가 시각적 묘미로 작용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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