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조형 언어는 토르소이다.
그리고 나의 작업은 토르소를 통해 내적 느낌을 조형으로 표현하는 실험이다.
실험미술은 완전한 미적 가치나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예상되고 예견되는 미적 가치를 재확인하는 행위이다.
미술의 새로움은 실험되어지는 고정관념이 되어버린다.
나 역시 나의 작품에서 생기는 새로움을 나의 예견된 가치와 관념으로 부여하여....
그래서 나는 나의 작품 성격을 스스로 실험미술이라고 말한다.
토르소의 사전적 의미는 팔 다리, 머리 없는 조형이다.
나는 토르소라는 입체 조형물을 평면으로 표현하고 얘기한다.
보여지는 형태의 토르소를 나는 표현하고 있다.
내적 의미인 `미완성`과 `다듬어지지 않는 사색`에 긴장감 깃든 무한함을 느끼며 매력이 끌린다.
토르소는 불확실성과 끊임없이 계속되는 긴장감이라는 에너지를 갖고 있다
토르소는 슬프다. 토르소는 말없이 슬픈 표정을 지으며 나를 유혹한다.
마애불
마애불은 종교적인 가치를 지닌 조형물이다.
마애불은 종교적인 가치를 지닌 조형물이다.
항상 그 자리를 신성함을 갖고 지킨다.
자연의 힘에 의해 형상이 뭉게지고 지워져도 마애불은 항상 위대하다.
돋음된 양각 기법인 릴리프 표현의 마애불,
선각인 음각기법으로 조각된 마애불은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킨다.
역사 속에서 목이 잘려나가고,
손목이 잘려나가도, 남겨진 토르소는 종교의 신성함보다, 존엄한 위대함보다 고결함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긴 시간의 흔적이 온몸에 남아 자신의 형체를 잃어버려도
마애불은 어떤 예술 작품보다도 고혹적인 미소를 갖고 있다.
마애불은 미소를 띄고 있다.
마애불은 심오한 슬픔과, 아픔을 숭화한 고결한 미소를 갖고 그 자리에 있다.
흔적
흔적은 과거형이다.
흔적은 과거형이다.
흔적은 기록이다.
흔적은 시간의 흐름으로 생긴 남겨진 모든 것이다.
흔적은 무의미 할 수도 있다.
자신 표현 조형언어로 기록하는 것이 곧 미술이다.
기록의 흔적을 예술의 가치로 재해석한다면...
역사 속의 흔적들 중 아픔과 고통의 흔적을 새롭게 느껴보고 싶었다.
두터운 마티에르에 새겨진 나이프 자국들이 바로...
나의 작품 속의 칼질 흔적은 우울, 비애, 한, 고통 등이 담겨 있다.
그래서 나의 작품 속의 모든 흔적은 슬프고 우울하다.
역사 속의 토르소와 마애불은 흔적의 피해자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 자리에서 묵묵히 모든 흔적을 기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