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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27.토~2004.04.15.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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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
한은희 전 2004년 3월27일(토)~4월15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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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희 전 2004년 3월27일(토)~4월15일(목)
정관의 계곡, 설악의 진산수를 향하여
가일 미술관에서 27일 초대기획전을 하게 된 한은희전에서는 진초록의 신비한 계곡의 물빛과 사실적 접근이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이다. 최근 우리 실경산수의 경향에서는 새로운 기법과 시각이라고 볼 수 있다. 내설악 담의 소재들은 고여있는 물 이기보다는 생동태적인 흐르는 물을 표현하였던 고전적인 인식과 차이가 있다. 설악 담을 통한 자기 내면의 심상적 침잠이며 잊혀져 버렸던 자연에 대한 갈구를 상징하는 강렬한 본능 인지도 모른다. 구체적인 사실성을 통하여 계곡이 갖는 순연한 자연의 도를 궁구하려는 개성적인 해석이 있다. 이런 한은희전은 전통회화의 새로운 탈출구가 된다.
한은희의 이번 전시는 두가지의 경향, 즉 비교적 보수적인 필묵의 산수와 계곡, 담위주의 물 소재로 나뉘게 되며 후자의 경우에서 그의 가능성을 짐작하게 된다.
고요한 정관, 계곡의 순연한 미학, 동양적 리얼리티, 그 모든 것이 갖는 매력은 평가할 만 하다. 그리고 그러한 발견과 표현의 과정이 굳이 전통적인 화론과 관습적 경지에 비유할 필요는 없지만 이제 '외형적인 아름다움이나 감동이 진실을 내포할 수 없다' 의 경지로 갈 수 있는 가? 하는 문제와 진정한 관념의 진경으로 나아가는 다음차원의 과제인 것이다.
북한강변에 위치해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미술관에서 한은희 화백의 그림과 자연 경관이 하나가 되는 물아일치의 경지에 빠져 보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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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
나는 작품 소재를 찾을 때는 차를 타고 스케치를 하고 곧 집에 와서 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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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품 소재를 찾을 때는 차를 타고 스케치를 하고 곧 집에 와서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다. 며칠씩 그 곳에 머물러 그곳의 느낌을 온 몸으로 느끼려고 애를 쓴다. 주로 새벽에 골짜기에 앉아 있기도 해보고 한 낮에 나무 그늘 아래 쉬며 낮잠을 자보기도 한다. 텐트 속에서 하루 밤 새며 별빛아래 어두움에 쌓인 골짜기를 바라보며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겨도 본다. 어제까지 그처럼 속을 태우던 일들이 무척 하찮은 일로 느껴지곤 한다. 이처럼 자유로운데 내 주위에 있는 내가 소유하고 있던 것들이 나를 이렇게 묶어 두고 있었구나. ‘어떻게 하면 이것들의 끈을 풀고 자유로울 수 있을까’, ‘어떻게 이것들로부터 탈출 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까..’하며 끊임 없는 생각 속으로 나를 몰아본다. 내가 지금까지 이런 골짜기의 그림을 그리는 것은 아마도 지금껏 나의 속박에서 벗어날 용기가 없는 나 자신에 대한 변명일수도 있을 것 같다. 세월은 자꾸 가는데 이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가기가 급급하며 살아가는데, 이러다가 아무것도 못 하고 그냥 죽어버리면 억울해서 어쩌나.. 계곡의 바위에 배낭을 베고 모자를 얼굴에 덮고 누워서 수없이 많은 잡념을 머리에 채운다. 산들바람이 귀를 스치고 부지런한 개미는 내 목 옆으로 기어 지나간다. 맑디 맑은 물은 작은 소리로 나에게 속삭이고 따스한 햇빛은 내가 감각이 살이 있음을 증명케 해준다. 노자의 말도 생각해본다. 억지로 내 주장을 내세우지 말아야겠다. 세상을 강제로 어떻게 해 보겠다고 내 잣대로 재 보지 말자. 이 모두 부질 없는 것들이지. 물처럼 묵묵히 조급함 없이 순리로 모든 것을 이루어 내는 것, 함이 없는 함, 무위의 위, 이것과 비교될 만한 가치 있는 것이 없을 것 같다. 과연 도시의 빽빽하고 야박하고, 경우에 맞는 생활 속에서 과연 실행하며 살 수 있을까. 이런 것들 느끼고 실천에 옮기면서 살려면 좀 젊을 때 해야 하는데 빨리 도시를 벗어나야겠다. 이런 잡념이 온통 머리에 꽉 찬 채 난 골짜기 속에서 잡다한 세상사와 이별을 계획한다.
작품 I 작품 II 작품 III은 2002년 5월 초에 내설악에서 스케치를 한 것이다. 2003년 전시회가 확정된 후 가슴에 비수를 품고 눈을 부릅뜨며 설악을 누볐다. 수렴동 대피소, 그 지저분한 곳에 짐을 풀고 돌아다녔다. 설악에 수없이 왔고 수없이 그 곳을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보고 또 봐도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작품 I 은 수렴동계곡 중 유난히 潭의 색이 맑고 푸른 곳이다. 어쩌면 이렇게 맑고 아름다울 수 있을 까. 물속의 붉은 자갈과 수면 위의 바위와 연결된 물의 깊이에 따라 다른 물색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물이란 것은 낮은 데로 흐르고, 물은 온갖 것을 섬기고 겨루는 일이 없고 나무라는 것도 없다고 한다. 이처럼 깊은데 이처럼 맑은 색을 띄고, 투명하게 비치니, 이 세상 무엇보다 훌륭한 것은 물처럼 되는 것이라는 것은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고, 자기자신의 추한 모습을 숨기며, 타인을 기만 하는 것이 요즈음 세태가 아닌가.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을 비우면, 어디 시시비비가 있겠는가. 난 이 그림을 그리면서 또 그 곳이 가고 싶어지면 내 안내인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나 이 물빛이 생각이 안나. 다시 가서 복습해 와야겠어” 하곤 또 여행날짜를 잡는다. 이 작품들은 모두 초여름의 계곡의 아름다움을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난 그림을 그릴 때 쉽게 붓을 잡지 못한다. 운동장을 몇 바퀴 걸어서 땀을 내며 세상으로부터의 정신적 탈출을 시도한다. 걸으면서 무념의 상태로 마음을 정리하면서 붓을 잡기 위해서이다. 俗氣가 빠지게 하기 위해서이다. 설악 백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려 하는데 세상의 그 번잡함에 찌들은 마음 가지고 어찌 그릴 수 있겠는가?
첫날은 화선지를 계속 버리고 먹 선을 긋고 버리곤 한다. 혼자서 일찌감치 자고 새벽에 일어나 아침 햇살이 창가에 비춰지면 아침 7시부터 작업을 시작한다. 이 작품들은 대작이므로 (200호~250호) 어디 한군데 소홀한 부분이 있으면 전체가 무너지므로 조그마한 흠도 없이 그리려면 철저한 정신집중이 필요하다. 나는 그림으로써의 변화나 다른 것들과의 차별성 등을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그림들이 개개로 떨어져 있을 때 얼마나 사람들한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설악에서 내가 느꼈던 아름다움을, 자연과 일체감을 가졌을 때의 그 자유를 보는 이한테 전해 줄 수 있겠는가? 두고두고 보았을 때 피곤함이 없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나의 그림을 돈을 주고 사서 벽에 걸을 사람에게, 밖에 나가서 너무나 힘들게 일하고 돌아와 피곤해서 지친 사람에게 이 그림을 보면서 설악의 아름다운 물빛을 느끼게 하고 자연의 순수성을, 편안한 마음과 물처럼, 넓고 훌륭한 마음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내 재주로써는 난 이것이 최선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구도를 잡는다 나는 그림을 그릴 때 다른 훌륭한 작가의 어떤 작품도 참고하지 않는다. 또 비교해 보지도 않는다. 위에서 말한 그 골짜기에서 느낀 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내 자신과의 싸움 만으로도 무척 힘에 부치기 때문이다. 그 그림들이 서로 비슷하다는 말도 많이 듣는다. 그러나 지금까지 난 내 그림에서 그때 그 곳에서 느낀 감정을 쏟아 부어 스스로 어느 정도 이입이 되었는가 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기 때문에 그것에 정신 쓸 여력이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림 외적인 것을 바라지 않고 내 능력으로 써 최대한 노력한 결과라고 얘기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내 그림이 훌륭한 그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진실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작품 II는 가야동 계곡의 실경인데 그것도 시기는 작품 I과 같다. 가야동 계곡은 수렴동 계곡에서 수렴동 대피소를 기점으로 좌로 갈라진 계곡이다. 그곳은 양쪽이 협곡이므로 길이 잘 나있지 않기 때문에 접근이 쉽지 않다. 2000년 가을에도 계곡의 수량이 많아 포기하고 돌아 온 적이 있다. 가야동 상류 지점에 계곡 깊숙하게 자리잡은 열 여섯 처녀 같은 느낌의 계곡이 있다. 난 그곳을 본 순간 “이것은 대작 감이다” 라고 외쳤다. 안개 속에서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치마폭포의 모습이 마치 선녀의 날개 옷 같이 부드럽고, 아름답고 화려하며 순수했다. 맑디 맑은 물은 그 폭포의 물빛에 비친 제 1담의 흰빛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양쪽의 계곡의 깊은 암벽의 유현함은 정말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것 같았고, 숲 전체를 감싼 안개는 나를 마치 도원경에 들어와 있는 듯한, 이것은 현실이 아니고 꿈과 환상 속에 내가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아주 조용히. 신부가 웨딩마치에 맞추어 걸어가듯이 흐르는 제 1담에서 제 2담으로 흐르는 물소리는 아주 조용하고 고요했다. 아주 성스럽게 고요했다. 안개 속에 비친 한 줄기 빛은 어둡고 가파른 바위를 부딪치고 반은 물속에 잠기고 반은 물위에 놓여있는 바위얼굴을 지나 물속에 잠겨진 붉은 자갈에 부딪쳤다. 이 날쌘 빛은 어떤 보석보다도 아름다웠다. 바로 이곳이 천국이요, 이곳이 극락이요, 이곳이 도의 세계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난 이것을 표현하리라. 이 느낌을 그림으로 그리리라. 이것이 표현되면 난 이 세상에서 가장 부자가 될 것이다 라고 생각하며 작품 II를 완성했다. 그러나 그림을 그린 후에는 언제나 자신의 우둔함과 멍청함과 재주 없음을 탓하게 된다.
작품 III는 수렴동 대피소에서 봉정암 방향으로 2km정도 올라가다 좌측으로 제법 커다란 계곡을 만나게 되는데 그 계곡을 백운계곡이라고 한다. 이곳은 길이 잘 나있지 않고 길이 험하여 설악산 약초꾼이나 전문 산악인 만이 찾는 곳이다. 나는 안내인을 졸라 그곳에 올라갔다. “그림은 못 그리면서 경치 좋은 곳만 가자고 조른다고. 어찌 꼭 본대로만 그리려고 하느냐. 왜 마음속에 담아 그리지 못하느냐. 너의 한계가 그것이다. 대한민국에 더 이상 좋은 곳은 이제 없다. 이제 더 이상 갈 곳은 없다” 라는 나의 안내인의 투덜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난 백운계곡을 올랐다. 사람이 다니지 않은 곳이므로 길도 없고 취나물은 지천에 깔려 배낭에 나물도 뜯으며 경치도 보며 바쁘게 한 고개를 넘으니 그곳에 보이는 풍경은 나의 입을 벌어지게 만들었다. 난 소리를 질렀다. “이런 곳을 못보고 죽는 사람은 정말 불쌍한 사람이야” 그 계곡은 너무나 깊고 심오하여 물빛의 푸르름은 등에 소름이 끼치도록 으스스하게 푸르렇다. 거대한 이무기가 아직 승천하지 못하고 이 소에서 살고 있는 것 같았다. 계곡의 기가 너무 세어 옆 사람의 담배연기가 직선으로 휘어 내려갔다. 난 이곳 저곳으로 다녀보다가 깊은 담 바로 앞에 놓여있는 큰 바위에 올라 스케치했다. 이 작품을 할 때 힘들었던 것은 이 깊은 골짜기의 이상하리만치 센 기운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화면을 길게 잡아 살짝 흔들리는 물결도 넣어 보았다. 큰 바위 상단 숲의 표현이 어려웠고 멋 없이 큰 바위와 작은 바윗돌과의 조화도 쉽지 않았다.
작품 IV는 오대산 동쪽 가마소 계곡의 실경이다. 오대산 동쪽 부연동에서 흘러내리는 계곡이 남대천으로 이어지는 곳이다. 부연동 진입이 험하고 차가 들어갈 수 없는 곳이므로 이곳은 그냥 그대로의 오염되지 않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아있었다. 부연동에서 걷기 시작해서 법수치로 향했다. 그곳 바위 준은 우리가 공부하는 전형적인 바위의 준과 똑같았다. 잔잔히 흘러내리는 물은 몇 십 미터씩 부드러운 녹색의 담을 이루었고 양쪽바위의 모양은 설악과는 달리 무척 조형적으로 아름다웠다. 난 이곳에서 200호 이상의 대작 3개를 완성했다. 이 작품 IV가 맨 마지막에 완성한 그림이다. 이 골짜기 저쪽의 신비스러운 계곡 그 골짜기를 지나면 더 아름다운 곳이 있겠지…… 아마도 그곳은 우리가 온, 다시 또 가야 할 그곳일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 IV는 빠른 운필에 힘 있는 바위의 필선을 주 목적으로 했다. 수 없이 화선지를 없애고 없애서 이 작품을 얻을 수 있었다.
작품 I II III IV는 2002년 6월부터 10월까지 일주일에 3일씩 문호리 화실에서 5개월 동안 작업한 결과이다. 작품 V는 1998년 작으로 비가 쏟아진 후 운무에 쌓인 내 설악계곡의 모습이다. 빠른 계류에 중심적으로 신경을 썼다. 작품 VI은 2000년 작으로 설악의 폭포를 그린 것으로 바위 질감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작품 VII은 2000년 3월 작으로 가마소 계곡의 실경을 그린 그림이다. 환상적인 안개속 빛이 잔잔히 계류을 비친 작품으로 이 작품도 200호 크기이다. 작품 VIII은 1999년 3월 작으로 오대산 계곡을 그린 그림이다. 그 계곡은 바위의 모양이 조형적으로 무척 아름다웠다. 조그마한 담에서 자갈밭을 흘러내려 또 담을 이루는 계곡의 물을 중심적으로 표현했다.
골짜기 그림을 그리는 것은 나의 희망을 그리는 것이다. 도시를 떠나 영원히 머물고 싶은 염원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골짜기 그림들의 제목을 “영원으로의 꿈” 이라고 짓는다. 세상의 잡다한 다툼도 없고 저곳은 언제나 평화롭고, 한번 옳다 하면, 또 다시 번복하는 그런 변덕도 없는 곳, 태고의 아름다움을 간직 하는 곳, 문명이라는 이름 아래 무차별 파괴하는 것도 없는 곳. 수없이 잔머리를 굴려야만 생존해야 하는 치열함이 없는 곳, 아침에 일어나면 두 배나 집값도 뛰지 않는 곳…… 난 수없이 나 나름대로의 영원성이 영원한, 유토피아를 꿈꾸어 보는 것이다. 나의 골짜기 그림은 나의 영원으로의 꿈인 것이다. 또한 나는 은둔의 꿈을 꾸는 것이다.
나무 19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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