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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시 |
2006.06.28.수~2006.07.04.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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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a t u r a
서양 언어의 어원인 라틴어 사전에 따르면, 단어 ‘나투라’의 일차적 의미는, ‘세상에 드러내 보이는 행위’이고, 그 이차적 의미로는 ‘본연의 힘’, ‘원초적 본능’ 등이 있고, 비로소 최하단에 ‘자연’이라 기재되어있다.
동양에서 ‘자연’(自然)은 ‘스스로 그러하다’는 의미로, 이는 자연의 성질 또는 상태를 일컫는 반면, 서양의 ‘자연’은 그의 본질적인 특성을 보다 역동적으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번 나의 전시 주제는 ‘나투라’(Natura)이다. 굳이 한글로 ‘자연’이 아니라 ‘나투라’라고 정의한 것은, 본인이 자연에 대해 가장 매력적이고 감동적으로 느껴지는 면모가 바로 그의 힘찬 생명력에 있기 때문이다. 아직 인생의 깊이와 자연의 섭리에 조용히 순응하는 지혜를 터득하지 못한 미숙한 내가 현재 느끼는 ‘자연’은 서양의 감수성에 더욱 근접해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Natura> 판화 시리즈를 통해 역동적인 에너지 덩어리 그 자체를 표현하고자 하였다. 이는 육안에 보이는 구체적인 형상들이 아닌 그 내부의 신비로운 세포 조직체의 역동성을 형상화한 것이므로 그 표현이 추상에 가깝다.
작품 <Natura : 할미꽃>(94-06)은, 1994년 실크스크린으로 제작한 판화 위에 목탄 드로잉을 추가한 것이다. 한국에서 주로 무덤가에 많이 피어있는 할미꽃은 내게 죽은 자의 영혼을 달래주는 동반자라는 느낌을 주었다. 이는 서양에서 무덤 가에 우뚝 서있는 사이프러스 나무와 비교된다. 이 거대한 할미꽃은 정체된 죽음의 상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영원한 생명력의 씨앗을 품고 있는 모습이어서 역동적이다. 강렬한 색채로 표현된 할미꽃 주위의 흩날리는 씨앗들은 아직 나약하고 확고한 존재감은 없지만 삶의 희망으로 꿈틀거린다.
나머지 작업은 목탄 드로잉 연작으로 크게 두 주제로 나귄다.
<Natura : 마음의 구름>(Cloud of mind) 연작은 한국 민화(民畵)를 바탕으로 한 드로잉으로, 백지 위에 검은 목탄 연필로 자유로이 드로잉 한 작업으로써 본인은 이에 한국적인 정서를 담으려 하였고, 나머지 <Natura : 물고기> 드로잉들은 주로 물고기 있다. 나는 드넓은 공간을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 모습에서 여유로운 ‘인생의 여정’을 느낀다.
‘세상에 드러내 보이는 행위’인 ‘자연’의 정의는 나에게 참으로 깊고도 놀라운 충격으로 다가온다. 하물며 ‘자연’의 행위 조차도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내는 것이 아니라, 태초에 조물주가 계획하여 펼쳐놓은 놀라운 섭리 대로 그가 본래에 지니고 있던 것을 드러내주는 행위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과연 자연 앞에서 겸손해질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여기서 예술은 조물주의 숨결이 묻어있는 대자연의 신비 전체가 아니라 극히 한 면모를 ‘드러내 보여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부족하지만 나 역시 그러길 희망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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