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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작품이미지는
전시공간에서 홍보를 위해
e-mail로 보낸 사진을 재가공하여 등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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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시 |
2005.07.01.금~2005.07.28.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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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글 |
시각적인 언어로서의 그림은 문학과 달리 한 눈에 모든 것을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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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인 언어로서의 그림은 문학과 달리 한 눈에 모든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보여지는 것만으로 모두 이해할 구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한 장의 그림 속에는 단편소설 한 편, 아니 대서사시에 해당하는 분량의 내용이 담기기도 한다. 작품에 따라서는 대하와 같은 역사가 펼쳐지는 수도 있다. 어쨌든지 그림은 시각적인 이해 너머에 숨겨진 내용을 파악하지 않으면 그 진실을 이해하기 어렵다. 조형언어란 은유 비유 암시 상징 따위로 치장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빈센트 고의 작업은 시각적인 이해가 그리 쉽지 않다. 구체적인 형상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 까닭이다. 눈으로 인지되는 소개 또는 대상의 형태가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인식해온 어떤 물상의 이미지가 선명히 부각되지 않는 그림이다. 무언가 눈으로 읽혀지는 형태가 있으나 선명하지 않다. 그런데다가 추상적인 이미지가 오버랩 되어 형태를 분별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따라서 구상과 추상의 중간 단계, 즉 비구상적인 이미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화면의 비중을 따지자면 추상적인 이미지가 그림을 주도하는 상황이다. 추상적인 이미지는 대체로 우연적이거나 은유적이고 암시적이며 상징적인 언어체계를 따른다.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이미지들이지만 그 자신의 사상이나 감정 체험 따위와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내적인 언어인 것이다. 그는 추상적인 언어, 즉 내적인 언어를 통해 자신의 견해를 피력한다.
굳이 이런 사실을 모를지라도 그의 작품을 보면서 구체적인 형태가 부족하다고 하여 짜증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시각적인 이해가 쉬운, 어떤 물상의 형태를 요구하는 사람에게도 그의 그림은 아주 너그러운 시선을 건네는 까닭이다. 그러면서 형태가 명확히 떠오르지 않는다고 하여 '무엇이 문제인가'하고 부드럽게 묻는다. 그처럼 부드러운 접근방식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기에 추상적인 이미지일지라도 낯설다거나 난해하지 않다는 느낌이다.
그의 그림은 감상자에게 어떤 식으로도 자신을 이해해 달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아주 편안한 기분으로 따스한 손길을 건넬 뿐이다. 일상적으로 익숙한 어떤 소재를 선명히 드러내주기를 기대하는 사람에게조차 아주 나긋나긋한 음성으로 '천천히 바라보라'고 말할 따름이다. 그런 여유와 느긋한 기분을 유도하는 그림이다. 관람자 스스로가 '모든 것을 알아서 하라'고 무책임하게 떠맡기는 식은 더울 아니다.
그림에 따라서는 적어도 몇 가지 구체적인 형상이 존재하기에 그를 근거로 하여 메시지를 추적해 가는 즐거움이 있다. 누드를 비롯하여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 섹소폰을 연주하는 사람이나 발레리나의 모습 따위가 추상적인 이미지와 더불어 부분적인 형태 또는 실루엣 형식으로 제시되는 것이다. 이들 악기는 그 자체의 이미지만으로도 아름다운 곡선 밑 볼륨을 가지도 있다. 그래서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주는가 하면, 어느 면에서는 에로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부드럽고 유연한 악기의 곡선이 여체를 연상시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에로틱한 이미지는 아름답고 달콤한 환상에 빠지도록 만든다. 이들 소재에는 부드럽고 사랑스러우며 따스한 감정이 지배한다.
그런가 하면 꽃이라든가 넝쿨식물 따위로 연상케 하는 추상적인 이미지들이 화면을 장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것이 비록 구체적으로 어떤 특정의 물상의 형태를 갖고 있지는 않을지언정 그로부터 꽃이나 식물의 형태를 연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기에 어떤 물상의 형태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을지라도 불친절하게 보이지는 않다. 설령 그와 같은 이미지가 실제로는 꽃이나 식물과 전혀 무관하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어차피 어떤 특정의 소재를 중신에 두는 형태묘사 또는 재현성을 중요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나 식물을 연상시킨다는 것은 그림에 나타나는 비구상적이거나 추상적인 이미지들은 생명체에게서 볼 수 있는 유기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바꾸어 말해 무기질의 그 차갑고 경직된 속성과는 전혀 다르다. 그것은 아마도 부드럽고 온화하고 유연하며 너그러운 이미지에서 비롯되는지 모른다. 이러한 시각적인 인상은 부드러운 색조와 터치 그리고 유연한 곡선의 이미지와 무관하지 않다. 한마디로 공격적이거나 신경질적인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감상자를 편안히 이끈다. 그것은 아마도 정적인 이미지, 즉 고요히 내면으로 침전하는 어떤 상황을 전재로 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보여지는 것으로부터 감정을 천천히 가라앉히다가 마침내 정적의 세계로, 즉 사유의 세계로 이끄는 것이다. 이는 그의 그림이 가지고 있는 내적인 정서이다.
그의 작품은 처음부터 어떤 특정의 소재를 재현하거나 그로부터 발생하는 시각적인 즐거움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듯싶다. 사물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작업의 경우, 감상자는 그 형태미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아무리 화가가 소재의 형태를 통해 내면세계를 표현하려고 해도 그 형태와의 관련성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내면적인 세계 또는 정서적인 표현에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반면에 형태묘사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경우 내면세계 및 정서적인 표현은 한결 수월하게 마련이다.
그는 추상표현주의가 그랬듯이 보여지는 사실에 의탁하기보다는 그 자신의 감정에 기반을 둔 정서적인 표현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이미지의 전개가 자유롭다. 처음부터 치밀하게 계획된 이미지 구성이 아니라, 작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감정 및 상상의 전개 또는 자동기술적인 표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의 작업에는 몇 가지 조형적인 특징이 있다. 부드러운 붓으로 화면을 곱게 정리해나가면서 붓 터치를 남기지 않는다던가, 뿌리기 흘리기 붓기 따위를 혼용한다. 이때 곱게 매끄러우며 부드럽게 정리된 균질의 화면 위에다 물감을 흘려 선을 만들고 그 선들이 면을 구획함으로써 구성적인 요인을 발생시킨다. 선에 의해 구획된 경계 면마다 서로 다른 색채를 배열함으로써 색채평면 구성이라는 형체의 화면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때로는 화면을 상하 또는 좌우로 분할하여 서로 다른 색체이미지를 부여하기도 안다. 이럴 때 분할된 화면은 강렬한 색체대비로 나타난다. 동일색 계열이면서도 채도를 극단적으로 대립시켜 명암대비와 유사한 시각적인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로써 알 수 있듯이 그의 그림에서는 구성적인 요소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구성적인 부분에서 그는 화면을 분할한다든지 형상을 배치하는 정도에만 관여하고, 다양한 기법에 의해 전개되는 표현적인 이미지는 작업하는 과정에서 즉흥성을 부여한다. 그러나 자동기술적인 표현이나 즉흥성을 화면의 전체적인 구성 자체의 변화를 초래할 만큼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화면의 전체적인 구성을 골격으로 하여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내부적인 규칙이 있다. 즉, 그 사진의 어떤 작품에서도 표현적인 이미지는 난삽하지 않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어떤 보이지 않는 조형적인 규율이 존재하여 자유방임적인 표현을 적절히 억제하는 것이다.
어쩌면 그의 그림이 부드럽고 온화하며 평안한 감정을 유도하는 것도 이처럼 분명한 조형적인 목표가 전제되고 있기 때문이리라. 이렇듯이 그의 그림에서 감지되는 독특한 정서는 색체이미지와 무관하지 않다. 극렬한 원생을 피해 중간색조로 통일하는 색채이미지는 순화되고 숙성된 정신 및 감정세계를 반영하고 있다. 흔히 파스텔조라고 말하는 중간색조는 단순한 색체혼합만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그의 색채이미지는 그러한 단계를 훨씬 뛰어넘어 마음과 감정을 녹아 들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그 색채이미지는 열정적이거나 공격적인 감정까지도 무력화시키는 힘을 내재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사랑의 감정을 약화시킨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달콤한 사랑의 유혹에 빠뜨리는 마력으로 적용한다. 색채를 미세하게 분화하여 중성화하는 그 절묘한 색채감각은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우아하고 고상하며 지극히 세련된 색조는 아주 매혹적이다. 색채이미지만으로도 이미 우리의 시선을 거뜬히 사로잡는다. 각박한 현대인의 생활은 그러한 달콤함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인지 모른다. 그는 그러한 현대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는 것이다. 그의 그림에는 정신적인 위안이 자리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가 만들어내는 색채이미지는 달콤한 사랑의 감정을 비롯하여 행복 평온 애정 꿈 따위의 정서로 넘친다. 그림과 마주하고 있으면 이와 같은 감정의 나락으로 끝없이 빠져드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부드러운 손길이 온몸을 애무하는 듯한 감정에 젖어 드는 것이다. 거기에는 밝은 세상을 지향하는 현대적인 세련미와 정신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고전적인 깊이가 공존한다. 더불어 밝음과 어둠, 가벼움과 무거움, 낮음과 깊음, 동적인 이미지와 정적인 이미지 따위의 대립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최종적으로는 조화를 모색하는 그림의 묘수는 어디에 근거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동양인이자, 한국인이면서 서구문화에 동화되어 살아가는 그 자신의 입장에 대한 천명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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