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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시 |
2003.09.06.토~2003.09.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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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의 빛 . 육화된 자연
지난해 선 미술상을 수상한 문봉선의 수상기념전이다. 문봉선은 20대 젊은 시절에는 여러 공모전에서 큼직한 상들을 잇달아 수상하였다. 그러나 선 미술상은 그가 중견이 된 연후에 탄 상이어서 각별하다. 신인 공모전이 아니고 성숙된 작가로서의 위상에 대한 보답이기 때문이다. 문봉선은 주로 수묵을 기초로 한 작품을 지속해 오고 있다. 현대의 일상을 모티브로 한 작품에서 시작하여 근년에는 우리 주변의 산천을 모델로 한 직접적 사생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주로 실사에 주력해온 편이다. 그런 반면, 전통적 문인화의 형식을 해체한 자유 분방한 현대적 문인화를 모색하는가 하면, 관념적인 사군자 대신 실제 매, 난, 국, 죽을 실사해서 관찰을 통한 새로운 형식의 사군자 모본을 만들어내는 등 그의 실험의 진폭은 적이 깊고도 다양한 편에 이르고 있다. 그의 이같은 일관되고도 폭넓은 작업의 영역은 전통에 대한 각별한 인식과 현대회화로서의 한국화의 정립에 대한 노력에 뒷받침되고 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번 수상 기념전에 출품된 작품들은 주로 야외사생에서 얻어진 것들로 송전의 실경산수의 맥락 속에 드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전의 실경들이 구체적으로 인왕산이니 섬진강이니 하는 실명을 지닌데 반해 이번 작품들은 이런 특정한 지명의 산수가 아니라 불특정한 지역임으로해서 보편화된 산수라는데 특징이 있다.
그가 주로 그리고 있는 것은 들녘과 강 그리고 바람이 지나는 숲 등이다. 해가 지는 저녁나절의 들녘이거나 봄이 오는 강변의 물오른 풍경이거나 청량한 바람이 지나는 울창한 대숲이다. 아직도 사위는 칠흙 같은데 들녘저쪽으로 밝아오는 미명의 기운이나 이미 해는 서산에 지고 짙은 땅거미가 덮히는 풀섶의 잦아드는 기운은 우리들을 깊은 명상에 잠기게 한다. 날카롭게 뻗어 내린 수양버들의 잔가지에는 이미 봄빛이 완연한데, 물빛에 어린 계절의 아늑함은 피부로 스미는 듯하다. 이렇듯 그의 작품은 시간의 어느 순간, 미명이거나 저녁 어스름인 거의 빛이 잦아드는 순간의 미료한 대기의 포착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가 그리고 있는 것은 어떤 물상이거나 어느 지명의 장소가 아니라 물상을 에워싸고 있는 또는 자연을 감싸고 있는 대기의 포착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들판, 저녁놀, 류수(流水), 바람, 숲과 같은 명제가 이를 시사해 주고 있다. 들녘에 고이는 빛이거나 숲 속을 지나는 바람이거나 햇빛에 반짝이는 물결은 자연의 현상을 말한다. 수시로 바뀌는 대기의 변화야말로 자연이라고 본 인상파화가들의 시각을 방불케한다. 인상파화가들이 현란한 색채의 향연을 펼쳐 보인 반면, 문봉선은 수묵으로만 그러한 대기의 미묘한 뉘앙스를 묘출해 주고 있다. 수묵만으로 이토록 자연의 숨결을 실감있게 묘파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는 인상파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
실경산수를 그릴 때나 문인화를 해체하고 새롭게 가다듬는 지금까지의 그의 작품들이 주로 활달한 운필에 그 무게가 주어졌다면 금작은 먹의 간결하면서도 깊이있는 톤에 주력하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산수나 풍경이 다름 아닌 대기의 묘출에 진정한 묘미가 있다는 사실은 그의 근작을 통해 다시 확인하게 된다. 자연은 그 지역에 따라 독특한 빛과 바람을 지니고 있다. 이를 어떻게 구현해 낼 것인가가 곧 산수화와 풍경화의 요체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우리의 자연에 이토록 수묵이 잘 어울린다는 것은 우리 자연이 갖는 독특한 빛과 공기가 수묵이라는 매체를 통해 육화되고 있음의 증거가 아니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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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개요 |
SOKA아트센터 (베이징)에서 한국작가 문봉선의 작품초대전을 기획하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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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KA아트센터 (베이징)에서 한국작가 문봉선의 작품초대전을 기획하였다.
지난해 한.중 수교 10주년을 맞이하여 한.중 문화가 활발하게 교류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한국미술이 중국에 소개되는 기회가 적었다. 문봉선은 한국,중국에서 인정 받는 수묵화 작가이다. 중국의 회화에서 국화(國畵)라고 불리는 수묵화는 전통적으로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자부심을 지니고 있는 회화이기에 수묵작품을 중국에 소개한다는 것은 사실은 조심스럽기도 하며, 한편으로 한국의 현대 수묵화를 중국에 소개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수묵화라고 하면 우리는 쉽게 전통적 문인화를 연상 시킨다. 오랜 전통에서 나타나는 재료의 특성 때문이다.하지만 문봉선의 작품에서 수묵의 현대성이라는 새로운 소재와 자연의 이미지를 단지 눈으로 보는 차원을 떠나서 시간의 멈춤 속에서 여운처럼 느껴지는 자연의 소리를 감상 할 수 있다. 최근 한국화에 있어서 전통을 계승, 발전 시키는 작업과 새로운 형식의 실험을 추구하는 작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의 작품의 재료는 단지 한지와 먹이다. 전통의 소재로 그의 조형언어 들을 주체적으로 수용하면서 깊이 있는 운필을 통해 현대적 표현 방법과 동양화에서의 여백의 공간을 그려내었으며, 수많은 사생작업과 연구를 통해 자연의 소리를 듣게 되어 그 자신만의 자연관과 예술세계를 추구하였다. SOKA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한국화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문봉선 작품세계를 중국에 선보이며 중국 예술계에서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와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 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한 지연 (SOKA아트센터 큐레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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