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에 이어서 2년만에 다시 박병춘의 개인전을 보게 되었다. 이 작가가 추구해온 「축적과 발굴」이라는 주제가 금번에는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지가 관심의 대상이었다.
축적된 상념의 잔해들을 발굴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긍정과 부정을 함께 아우르며 순환의 원리 속에서 인간의 모습을 재발견함으로써, 자아에 머물러 있던 한계를 벗어나는 과정이 2004년의 전시회에서 볼 수 있었던 박병춘의 작품세계였다. 금번에는 과거의 작품들과 신작들을 함께 전시함으로써 이 작가의 변모 과정을 보다 심도있게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박병춘의 신작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발굴한 이후 인간의 보편적 정체성을 발굴해 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之識만으로는 찾을 수 없었던 인간의 보편적 정체성을 제七識을 발굴함으로써 가능하게 하고 있다. 즉, 자아 집착적인 제七識에 의하여 인간의 순수성이 상실되는 것을 이 작가는 극명하게 파헤치고 있다. 이번에 보게 되는 박병춘의 신작들이 더욱 성숙해져 있음은 바로 여기에 기인한다. 그의 색채는 순수함과 오염된 심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으며 그것에 기인된 고요함과 거친 행위 또한 그 붓놀림에 여실히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군상들의 심성까지 보여주고 있다. 분별의 망상을 넘어서기 위한 박병춘의 「축적과 발굴」이라는 의식 세계의 탐구 작업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화면의 구도와 밀도에 어떤 변화가 또다시 일어날지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