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예술에 있어서 주체-객체의 이분화를 극복하기 위한 일환으로서의 ‘자기-소거(cancellation)’는 형상성과 재현성이라는 두 가지 요소에 대해 쟁점화 하고 있다.
서구현대미술의 기본적 특징 중 물질적(작품) 생산, 재현적 시각의 해석이라는 것은 읽는 행위를 말한다. 분명 이러한 행위는 사유가 극단으로 고립되고 틀 지워진 폐쇄성을 가진다. 그러하기에 이번 전시는 의미와 상징으로서 읽혀지는 것을 ‘소거(cancellation)’함으로써 읽을 수 없음을 말하고자 한다.
읽지 않고 소거함으로써 작품을 생산한다는 개념과 그것을 형상의 차원에서 재현성을 종료시키고자 하는 것이 ‘소거’의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그렇기에 소거라는 것은 어떤 대상이나 존재를 지워나가는 것이 된다.
‘소거’는 그 자신 내부에서 구성적 일부 혹은 선험적 비존재로 존재한다. 따라서 예술의 생산은 항상 소거 속에서 역설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자고로 어떤 대상이나 존재를 소거해감으로써 남길 수 있는 흔적을 다시금 흔적화시키는 작업이라는 것은 곧, 의미나 형태를 정복(Conquest of Form)하고자 하는 것으로 달리 표현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기에는 형이상학적이고 재현적인 틀을 제거하기 위한 행위자체가 또 하나의 재현으로 전략할 위험이 뒤따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기-소거’는 주체와 객체의 경계 와해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전시 주제인 ‘자기-소거’ 에서는 예술을 정의하기보다는 예술의 장 자체를 변형하고 소거시킴을 목격하기 위함이다.
청봉 장영길은 도예에서 한 길을 걸어오고 있는 도예가다. 그의 도예는 한마디로 말해서 허(虛)로 집약되는 예술이다. ‘허’하기에 새로움을 회통할 수 있는 과정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는 보편적 예술에 대한 이해에 서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虛 라는 가능성을 통해 순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극히 전통이라는 틀에만 매달리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현대적 조건들을 ‘허’를 통해서 해소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