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저작물의 저작권은 저작자 또는 저작권위탁관리업체에 있습니다.
위 작품이미지는
전시공간에서 홍보를 위해
우편으로 보낸 도록(책자)을 재가공하여 등록한 것입니다.
|
|
 |
|
 |
| |
전 시 |
소요하는 시선-순간과 영원 사이에서 기획展 |
| |
일 시 |
2004.05.03.월~2004.05.08.토 |
| |
평론글 |
멀고도 가까운 전혀 의도하지 않은 만남의 홍수 속에서 박다실은 무관... |
| |
|
멀고도 가까운 전혀 의도하지 않은 만남의 홍수 속에서 박다실은 무관심한 시선으로 그를 스쳐가는 순간들을 포착한다. 소요하는 작가의 시선에 불특정적으로 다가오는 이미지들을 놀이기구 같은 ‘토이 카메라(Toy camera)’로 담아낼 때, 전문적인 사진기로는 얻을 수 없는 예측불허의 이미지들이 시현된다. 이는 마치 마술상자에서 엉뚱한 물체들이 줄줄이 쏟아져 내리듯 눈앞에 나타나는 것과 같다. 노출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없는 이 사진기는 흐릿하게 멀리 떨어져 노스탈지아(nosalgia)의 눈물에 가려진 듯한 왜곡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런 느낌은 특히 풍경 사진에서 강조된다. 시계탑이 전경에 나오는 흑백사진은 흐릿한 초점으로 장소와 시간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방해하고 관람자의 시각에 혼란을 가져온다. 초점이 맞지 않는(out of focus) 이미지는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어지럽게 만들면서 실제가 아닌 허상(fantom)을 보는 듯한 느낌을 야기시키며, 한편으로는 이미 본 듯한(deja vu) 기억과도 같은 것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먼 외국의 거리 같기도 하고, 가까이서 늘 보는 거리 같기도 한, 멀고도 가까운 이미지는 우리의 시선을 그 안으로 끌어당기고 동시에 밖으로 내몬다. 여기서 멀리 떨어진 두 시간이 서로 다가오고, 멀리 떨어진 두 장소가 서로 가까워진다는 일반적인 아우라(Aura)의 법칙을 감지할 수 있다. 하나의 이미지를 포착하는 호흡의 한 순간이 초월의 시간으로 전환되면서 통시성(diachrony)의 법칙이 파기된다. 현재가 과거로, 현재가 미래로, 순간이 영원으로 되면서, 오로지 사라질 것만이 바로 그 다음 찰나에 아우라를 소유하게 됨을 보여준다.
스치듯 지나가는 스치듯 지나가는 일상의 무의미한 장면들이 삶에 대한 하나의 무관심한 기록이 되고 있다. 작가는 이렇게 해서 의도하지 않은 만남이란 연결고리를 통해서 삶 자체를 이해하고, 동시에 기존의 사진에 부여된 의도적이고 구축된 이미지라는 고정관념을 깨트리고자 한다. ‘토이 카메라’를 통해서 놀이 개념으로 이미지들을 담으며 작가는 삶의 무게를 하나씩 내려놓는다. 그는 삶의 이면이 죽음이라는 사실, 탄생이 스스로의 의지와는 무관하듯 죽음 또한 일방적으로 다가옴을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서 절실하게 체험하게 된다. 아버지의 몸의 부분 이미지들을 통해서 추억의 흔적을 의도적으로 확대하면서 그는 내면의 아픔을 서서히 이겨낸다. 이로부터 작가는 난해한 존재의 문제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으며, 스쳐 지나가는 매 순간을 즐기며 달관하는 자세를 터득하게 되고, 필연적으로 한 순간, 한 이미지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게 된다. 소요하는 시선으로 담아내는 무의미한 삶의 순간들은 바로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파편들이다. 이 파편들을 하나의 고리로 꿰기에는 이미지들의 상호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이런 의도하지 않은 삶의 파편들을 하나로 엮는 작업은 결코 하나의 완성된 이미지로 만들 수 없을 퍼즐을 맞추려고 불가능한 노력을 계속하는, 마치 시지프스(Sisyphus)에게 부과되었던 형벌과도 같은 고통이다. 우리는 이러한 이미지의 파편들, 곧 작가에게 일방적으로 다가왔던 순간들을 하나의 일기로 남기는, 무관심하면서도 작가와 연관되어 있는 삶에 대한 인식을 담은 하나의 포토 에세이로 보아야 할 것이다.
유입(influx)과 유출(flux) 사이에서 하프 사이즈(half size) 사진기로 촬영된 사진은 필름 한 컷에 두 개의 이미지를 담아내며 그 둘 사이에 검은 수직선을 드러낸다. 창문 안의 화분과 창문 밖의 구름, 실내를 향한 조망과 실외를 향한 조망 등 두 개의 이미지로 나누어지는 사진에서 작가의 시선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다. 이곳과 저곳, 안과 밖, 어두움과 밝음,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고 있는 이미지는 밝음을 추구하면서도 어둠 속에 묻혀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이 세상을 조망하려는 예민하고 섬세한 작가의 심리 상태가 반영되어 있다. 선인장이 접사되어 나타난 사진에서는 질긴 잎들 안에 숨어있는 수술의 연약함이 생명체의 강인함을 표현하고 있다. 칼슘정제 병을 접사한 사진에서도 역시 작가의 생명을 지탱하는 데 한 몫을 하는 생명 없는 무기질의 강한 힘이 표상되어 있다. 이렇듯 작가는 무의미한 일상의 파편들에서 그와 그가 속해 있는 이 세상과의 관계를 되짚어보면서 삶과 죽음을 관조할 줄 안다. 벽에 걸린 사진들 사이에 부착된 커다란 거울 파편들에 관람자의 이미지가 반사되면서, 관람자 자신도 작가가 포착한 비의도적인 순간들의 파편 속에서 의도하지 않은 관계가 설정되어 버리는 체험을 하게 된다. 사진 그리고 VTR과 프로젝트에 의한 영상물에서는 시간의 유입과 유출이 계속되고 있다. 전시가 이루어지는 현재는 사진들 안으로 환원된 시간의 유입을 가시화하고, 같은 사진 이미지가 반복되어 나오는 프로젝트는 시간의 유출을 가시화한다. VTR에서는 아버지의 모습이 담긴 가족 사진들이 흘러가는 사이에, 순간 순간의 멈춤, 그리고 운전하면서 촬영한 희미한 풍경들이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간다. 사진에 나타난 흐릿한 시계 안에는 멈춤과 흐름, 유입과 유출, 침묵과 소리 사이에서 천체 시간의 흐름을 늦추려는 작가의 의도가 함축되어 있다. 소요하는 시선으로 관조하는 삶을 통해서 존재의 의미가 자연스레 묻어 나옴을 작가는 알고 있다. |
|
| |
|
순간의 진솔한 기록
나에게 있어 살아있음은 죽어감이며 동시에 죽어감이란 현재 살아있음을 의미한다. 매 순간 내 주변을 스쳐가는 삶의 이미지들에서 나는 의식적이든 혹은 무의식적이든, 결코 내가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삶과 죽음의 문제로 종종 깊이 빠져든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에게 삶이 주어지듯이 죽음 또한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나에게 다가올 것이라는 인식을 통해 난 지금 이 순간에도 그것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내가 결코 완전할 수 없을 존재임을 인지하고 있지만, 동시에 언제나 완전하기를 바라고, 한편 그것을 바라는 것이 가장 큰 모순일 것이다.
일상과 그 동안의 작업에서 스스로 의도적으로 구축한 이미지 안에 꼭꼭 쌓여 헤어나올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작업을 통해서 나는 그 틀 밖으로 나가고 싶고, 또한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외부 세계의 고정된 틀을 깨기보다는 내 안의 틀을 깬다는 사실이 더욱 힘들다. 그 동안 실제의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재구성하는 일에 익숙하다 보니, 그 결과로 내 작업에 나타날 이미지에 대한 계산이 앞서서 참으로 갈등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작업의 목적은 완성된 결과물로써의 삶이 아니라 그것? ?진행되어 가는 과정 자체가 더 중요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시시각각 다른 색채로 내게 다가오는 삶을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호흡하는 나의 일상을 그려나가는 것, 즉 작업과 삶이 분리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일치되고 있음을 나타내고자 한다.
이 가식없는 삶의 기록은 내성적이며 약간은 자학적이기도 내 개인의 일기와 같은 이미지들로서 이것들이 관람자의 눈에는 전혀 일관성이나 상호연관성이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나를 스쳐간 모든 순간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그것들의 흔적을 세상 밖으로 드러내어 보임으로써 삶의 무게를 조금씩 덜어내고 싶다. 지금까지의 작업들이 화려한 색채와 변형된 이미지들을 통하여 꾸며지고 조작된 것이었다면, 이번 작업은 가식없이 내가 호흡한 매 순간의 삶의 이미지를 'toycamera'를 이용해서 가볍게 즐기면서 작업한 것이다. 'toycamera'와 함께 삶의 긴장을 늦추고 숨을 크게 들이쉬면서, 느린 호흡으로 삶의 단편적 일기들을 자유롭게 펼쳐 보이려 한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