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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작품이미지는
전시공간에서 홍보를 위해
e-mail로 보낸 사진을 재가공하여 등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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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시 |
2006.03.08.수~2006.03.21.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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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글 |
풍요한 정신, 사색(思索)과 산책(散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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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한 정신, 사색(思索)과 산책(散策)
아침에 도심을 지나다 보면 회색빛 거리엔 수많은 차들과 사람들이 물결친다. 빌딩사이로 보이는 아침볕이 너무도 생경스럽다. 부자연스러운 아침을 맛보면서 보다 편안한 하루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누구나 꿈꿔본다. 재미난 하루를 살고 싶고 저녁이면 안락한 휴식과 행복으로 메워지기를 바란다. 모두가 보통사람의 생각일 것이다. 제법 잘나가는 사람들과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자기 자리는 어디인가를 생각해 본다. 진심으로 마음의 보따리를 풀어서 자신의 위치가 사회에서 어디인가 하는 의문을 품어봄직 하다
. 이러한 기분들 속에서 2004년 어느 전시장에서 보았던 편안한 그림이 생각난다. 끊임없이 생겨나는 불안감을 해소해주면서 편리한 정신을 제공해 주던 성기중을 이야기 해 본다. 무위자연(無爲自然)이니 천인합일(天人合一)이니 하는 동양 사상관련 작품이려니 하다가도 이러한 것들과는 전혀 관련 없는 듯한 편안함을 제공 받았다.
이제는 2006년의 성기중을 말해보자. 성기중은 머릿속에 잔재되어져 있는 여타의 예술형식들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보이는 것 안에서 보이지 않는 경향, 다시 말하면 풍경이나 사물들의 생긴 모양으로부터 완전히 별개의 자율성을 갖고자 시도한다. 예술형식으로부터 독립되어 독자적인 이미지 그리기 작업으로 인식시켜 회화의 또 다른 국면으로 나아간다. 단순성을 가미한 선 그리기에서 화면을 꼼꼼히 채워가는 밀도감 높은 칠하기를 도입함으로서 개인의 정신성에 국한되었던 이미지들은 각종 의미 있은 정신세계의 내면이 병행된다. 그의 작품에는 낯설음이 없다. 자신의 주변에서 보여지고 느껴지는 자연의 기운과 정신에서 일어나는 구도(求道)의 모습이 절충되어 의식적으로 그려지는 과정 안에 무의식의 정갈한 부분이 감상의 포인트로 제공된다.
. 이러한 것들은 넘치거나 부족하지 않은 적당한 감성이며, 숙성된 작가 자신의 포용력에서 비롯되는 듯 보인다. 작품 「동행-벗」과 같이 민화에 등장할 법한 거대한 산과 오랫동안 도를 닦던 신선이 잠시 쉬어갈 곳 같은 노송, 한없이 쏟아지는 달빛에 촘촘히 날아가는 새 두 마리는 우리네 치열한 삶에서 탈출하고 싶어지는 무한의 공간으로 자리한다. 삶이라는 커다란 테두리 안에 고단을 채우고, 고단이 흘러넘쳐 편안한 휴식과 맞닿아 새로운 삶의 희망과 활력을 충전시키는 「노래」는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의 겉모습으로만 보자면 깊은 산속에서 무술을 연마하는 기인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현대미술의 파격적 형식과 실험과 같은 난해한 작업을 연마하기 보다는 조용한 명상과 침묵의 소리를 구가하는 정신을 지니고 있다. 외모와 예술가적 기질이 함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기 쉬운 화가임에는 분명하다. 그러하기에 작품명「춤」은 기(氣)의 흐름을 따라가는 산책이 연상된다. 모종의 안락함과 편안함을 준다. 보통의 담담함과 잔잔한 바람결과도 같은 독특한 매력이 풍긴다. 특출한 작품구성이나 빼어난 묘사력이 아님에도 커다란 감성과 광활한 대기에서 오는 감흥이 배어있다. 섬세하면서도 잔잔한 기운이 느껴지고 정적이면서도 흐름이 감도는 작품을 보면서 작가의 이미지를 연상한 후 작가를 직접 대한다면 ‘전혀 아님’이라는 말이 실감날 것이다. 작품들을 감상할수록 깊숙이 빠져드는 할머니의 옛날이야기 같은 정감이 묻어난다. 작품명「윙」은 계절의 풍요로움이 연상된다. 정월 대보름 날 쥐불놀이(깡통에 불붙은 나뭇가지를 넣어 힘차게 돌릴 때 나는 소리)에서 묻어나는 불 맛이며, 추석날 솥뚜껑을 뒤집어 들기름 촉촉하게 적셔 지글거리는 뚜껑위에 밭에서 갓 뽑아낸 넓적한 배추이파리에서 번져나는 물맛과도 흡사하다. 여기에서의 물맛은 만물생성과 새로운 씨앗의 원천이며, 불 맛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풍성한 소란스러움이며, 감춰져 있는 안락한 정신의 기호이다. 예술작품이 가지고 있는 커다란 명분과 정신적 탐미로서가 아니라 예술이 본래적으로 품고 있는 사색의 과정이며 결론으로 나아가는 명제이다. 정신의 풍요로운 측면을 더욱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 작품「상승」이다. 연꽃을 물고 하늘로 비상하는 불새와 같은 이 작품은 해와 달을 기점으로 삶의 원초적 충동을 자극한다. 인간의 탐욕과 잡스러운 상상 등을 책임지고 무한의 영역으로 잠식되는 정신의 극한을 보여준다.
성기중에 있어서 미술 재료와 기법, 내용과 형식과 같은 것들은 그저 그러한 소재일 뿐이다. 거침없는 진행되는 정신적 탐색을 시도하면서 여타의 미술형식들을 초월하는 보편이 존재한다. 평범이 수려하다는 말과도 통한다. 2000년대 미술계의 분위기는 장르의 다양성과 재료의 자유스러움이 뒤섞여 ‘새로운’이라는 것에 지나치게 충실을 기하고 있는 듯 하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정진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 스스로도 예술작품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 보았을 것이며,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 구현을 위해 현대적으로 형상화하는 작업에 몰두하였을 것이다.
2006년의 작업에는 동양의 정신 원리와 민족설화와도 같은 이야기들, 청색과 붉은색을 주조로 하는 일련의 작품들 속에는 정감어린 정신과 우리네 서정성이 넉넉히 묻어나 있다. 성기중에 있어 미는 자연스러움에서 주어진 구체적 시스템에서부터 분리된 정신적 아름다움이다. 정신을 소담스러움으로 표현되는 보통성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도덕과 정신, 여타의 생각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자연의 질서에 대한 희망과 존경의 결실인 것이다.
2006년 3월 박정수(미술평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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