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보기
현실을 사실적으로 재현할수록 표현의 영역은 작아지고, 내면의 표현에 집착하면 현실을 담아내는 재현적 요소는 줄어들 수 밖에 없고…표현과 재현은 진정 양립할 수 없는가?
표현과 재현 사이의 충돌과 타협을 다루고 있는 윤영화의 개인전 Photo-drawing: Photo-painting이 갤러리 썬 컨템포러리에서 2월 15일부터 열린다. 윤영화는 “사진의 재현기법과 회화의 표현 욕구”를 한 화면에 담아내기 위해, 이미지 자체보다는 빛과 이미지 사이의 간섭현상, 이미지를 인지하는 방식에 더 초점을 맞춘다. 카메라를 이용해 구체적인 대상을 커다란 붓이 지나가며 형상을 지워버린 듯 해체한 뒤, 그 위에 얇은 철선 그리드를 올려 착시를 배가 시킨다.
정확하게 구체적인 대상을 포착하는 사진의 재현 능력. 즉 순간을 잡아내는 속성 대신, 윤영화는 움직이는 대상을 찍거나, 반대로 정지된 대상 속에 숨겨진 운동 에너지를 카메라의 움직임을 통해 발견해 나간다. 시간의 경과를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는 빛 줄기의 흐름은 카메라의 직선 운동과 곡선 운동이 만들어 낸 잔영으로 화면에 고착된다. 이처럼 카메라의 운동과 빛의 잔영이 만들어 낸 이미지를 작가는 “포토-드로잉: 포토-페인팅”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것은 구체성과 추상성,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 聖과 俗의 이원적 세계를 하나로 결합시키기는 일종의 화학작용 이다.
윤영화는 피사체의 표면이나 망막에 맺힌 이미지자체 보다 이 두 영역 사이에서 일어나는 광학적, 심리적 현상에 주목한다. 거리풍경, 돛단배, 그리고 심지어 바다 속 풍경에 이르기까지 카메라가 잡아 내는 피사체의 구체성과는 다르게 화면 전체가 발산하는 기운은 추상적이고 명상적이다. 이는 윤영화가 물감이 아닌 빛으로 이미지를 완성하기 때문이다. 그에게 있어 빛이란 “존재의 숨결” 내지는 “존재의 흔적”이다. 최초의 만물에게 생을 부여한 빛의 숭고함이 작가의 몸짓, 피사체의 몸짓을 하나로 이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