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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작품이미지는
전시공간에서 홍보를 위해
e-mail로 보낸 사진을 재가공하여 등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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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시 |
느슨한 충돌 ‘06 (Loose Collision ‘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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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시 |
2006.10.13.금~2006.10.28.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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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의 층위들, 끝없는 이야기
흔히들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한다. 허나 이 말은 인간이 만들어낸 한낱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가정한 것도, 인간을 세계의 중심에 세운 것도 인간 자신이다. 이와 관련해서 자크 라캉은 신이 최초의 인간인 아담에게 동물들의 이름을 호명할 권리를 부여한 것에서 이러한 이데올로기가 태생되었다고 본다. 동물들을 호명한다는 것은 세계를 호명한다는 것이고, 세계의 주권을 쥔다는 것이다. 이로써 인간은 세계의 주체로서 군림할 수 있게 되며, 세계는 그에 의해 호명되고, 분석되고, 판단되고, 정의 내려지는 한낱 객체, 사물, 대상으로 전락한 것이다. 서로 상대에게 주체로서 군림하려는 주체와 타자와의 관계(세계를 읽는 주체와 그 주체에 의해 읽혀지는 객체와의 관계)에 바탕을 둔 사르트르의 논법 역시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투쟁의 논리, 힘의 논리, 배제와 배타의 논리 위에 서 있음을 말해준다. 문명화된 인간의 자연에 대한 관념은 이처럼 자기중심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축조된 것이다.
금중기의 근작에는 새끼사자, 돼지, 고양이, 오랑우탄, 펭귄, 악어, 악어고기, 가시고기, 오징어 등의 각종 동물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여기서 작가는 단순히 동물에 대한 가족애나 동류의식을 주제화한 것 같지는 않다. 사실적이고, 귀엽고, 장식적이고, 세련된 형상은 다만 동물에 대한 인간의 관점과 그 욕망을 떠올려줄 뿐이다.
브론즈의 표면에 니켈도금으로 마감 처리되거나, F.R.P의 표면에 우레탄 도색으로 마감 처리된 이 동물들은 번쩍이는 표면질감과 현란한 원색으로 인해 장식적이며, 소유욕을 자극하며, 심지어는 골동취미마저 떠올려준다. 한편으론 마치 미국의 중산층 계급이 애호하는 각종 동물 도기 인형이나 장신구를 재해석한 재프 쿤스의 작업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 형상들은 동물들을 소재로 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더욱이 사실적인 형태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동물성이 읽혀지지가 않는다. 세심하게 보면 일견 그 표정이 웃고 있는 듯하지만, 그러나 그 표정은 니켈도금과 우레탄 도색에 가려 드러나 보이지가 않는다. 오히려 차갑고 무표정한 표정, 개체성을 상실한 표정, 고도로 인공화된 표정이 읽혀질 따름이다.
작가는 바로 이러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즉 현대인에게 자연은 인간화된 자연, 인공화된 자연, 원시성을 상실한 자연, 더 이상 위협적이지 않을 만큼 철저하게 길들여지고 박제된 자연의 형태로만 그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기껏해야 사사로운 애완(愛玩)이나 기호(嗜好)의 대상으로 그 존재의미가 축소되고 왜곡된 상태로서. 동물들의 그 번쩍이는 표면질감은 빛을 반사한다. 철저하게 표면으로만 축조된 그 금속성의 외피는 빛을 자기의 안쪽으로 거둬들이지 못한다. 바깥쪽을 향하는 그 빛은 동물 자신의 존재성을 담보해주지 못한다. 게다가 마치 거울인 양 자기 외부의 전경(인간의 전경)을 반영하기조차 하는 그 형상은 그대로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반영하고, 그 비정상적인 관계를 주지시키고, 자연을 향한 욕망을 인간에게 되돌려준다. 우레탄 도색으로 마감 처리된 동물형상 역시 그 경우가 크게 다르지 않다. 금속성과 우레탄 표면질감에서 발견되는 세련된 마감처리는 다만 인간의 애완 취미를, 그리고 골동취미를 좀더 효과적으로 자극하기 위한 유사 미학적 기호에 지나지 않는다(작가는 미학적 기호를 차용한다). 그러므로 친근한 동물들을 소재로 한 작가의 조각은 오히려 낯설게 읽혀진다(작가는 반어법을 사용한다).
사실 친숙한 것을 낯설게 하기는, 그러니까 친숙한 것과 낯선 것을 대비시키기는 금중기의 작업 전체를 관통하는 방법론이며, 특히 일련의 사진작업에서 지배적이다. 사진작업에서 작가는 온갖 기물들, 골동품들, 모조품들을 보여준다. 이 기물들은 시간적으로 과거에 속한 것들로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실제를 공공연하게(드러내놓고) 흉내 낸 가짜에 바탕을 둔 조악성과 일탈성을 불러일으키며, 정통적인 미학이나 미적 감수성에서는 벗어나 있는 특유의 기호를 불러일으킨다. 일견 다소 엉뚱하게 비칠 수도 있겠지만, 골동취미로부터 현대적인 미의 한 종류를 발견한 앤디 워홀의 ‘벼룩시장파’를, 그리고 키치를 떠올리게 한다. 이는 그 자체 일상적인 잡다한 물건들을 수집하고, 여기에다가 자의적인 체계와 미적 지위를 부여하는 태도나 관행과 관련이 깊다.
작가는 이 기물들을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소재로 한 플라스틱 모형의 각종 프라모델과 대비시키고 있다. 오리 모양의 은 조각상 위에 로봇이 말처럼 걸터앉아 있는가 하면, 고대인의 두개골 모형과 터미네이터의 두상이 대비되기도 한다. 정글의 짐승들로 장식된 접시를 괴물이 주먹으로 내려치는가 하면, 나비소녀들이 괴목(槐木)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골동기물들이 생활감정과 정통미학의 틈새로부터 유래한 것이라면, 이 캐릭터들은 가상현실에 속해 있는 것들이다. 가상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이 캐릭터들은 낯설기는커녕 오히려 친근하기조차 하다. 각종 팬시상품과 애니메이션을 매개로 해서 가상현실이 현실화되면서 그 정체성을 획득한 부류들이다.
근작의 주제인 <느슨한 충돌>은 특히 이 일련의 사진작업들과 어울려 보인다. 사진 속의 결합이 처음에는 엉뚱해 보이고, 강요된 것처럼 보이고, 이질적인 것처럼 보인다. 이를테면 은재 장식품과 플라스틱 모형이 충돌하고, 과거와 미래가 충돌하고, 진짜와 가짜가 충돌하고, 현실과 가상현실이 충돌한다. 그러던 것이 점차 그 충돌하는 강도가 느슨해지면서(서로에게 익숙해지고 길들여지면서) 의미를 만들어내고, 서사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오리 모양의 은 조각상 위에 걸터앉은 여자 로봇이 제우스와 레다의 결합처럼 보이는가 하면(제우스는 백조로 변신해 레다를 유혹한다), 접시 속 짐승들을 주먹으로 내려치고 있는 괴물은 술 취한 사튀로스처럼 보인다. 괴목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나비소녀들은 숲의 요정이나 선녀인 양 느껴지고, 두개골 모형은 바니타스와 기계인간의 묵시록적 종말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독해는 그 자체 결정적인 독해가 아닌, 임의적이고, 자의적이고, 부분적이고, 불완전한 독해일 따름이다. 말하자면 저마다 가지고 있는 인문학적 배경에 따라 다른 독해들이 얼마든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일련의 사진작업들은 하나의 의미란 그 자체 임의적이고, 자의적이며, 부분적이고, 불완전한 의미에 지나지 않는다는, 하나의 의미란 다른 의미들을 낳는 계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자크 데리다의 ‘의미의 산종’이론을 연상케 한다. 이로써 금중기의 작업은 의미와 의미가 충돌하고, 서사와 서사가 부닥치면서 끊임없이 차이의 연쇄를 만들어내는 이야기 구조를 예시해준다(하이포텍스트와 인터텍스트 이론은 모든 이야기는 결말이 없다는 사실을 증언해준다).
이외에도 작가는 거의 2미터 크기에 이르는 악어 조형물과, 초등학교 교정에 설치된 각종 동물 조형물을 찍은 사진작업을 설치 대비시킨다. 자연학습용으로 설치된 사진 속 조형물들은 그 형태가 정교하지 않고 조악한 외형을 보여주며, 더욱이 오랜 시간이 경과되면서 그 형태의 일부가 깨지고 부분적으로 표면의 칠마저 벗겨져 있다. 똑같이 실물을 바탕으로 한 조형물과 이미테이션을 대비시킨 이 작업에서 작가는 동물(자연)이 인간사에 편입되는 과정과, 동물(자연)에 대한 인간의 관념의 역사를 보여준다.
그리고 각각 거의 실물 크기에 가까운 남자와 여자 조각상과, 그 옆에 웅크리고 앉은 사람보다 더 큰 오랑우탄을 설치한 작업은 타잔의 한 버전을 연상시킨다. 미니어처 야자수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오랑우탄은 약간 불만족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데, 인간에 의해 현저하게 좁아진 자기의 자리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은 자연이란 파이를 그와 나눌 생각이 전혀 없는 듯하다. 더불어서 그 표면이 온통 붉게 채색된 펭귄은 지구온난화현상과 열섬현상, 열대야현상과 같은 환경위협에 대한 고발과 위기의식을 형상화한 것이다. 지구의 청정환경을 상징하는 펭귄의 본래적 의미를 뒤집어 그 위기의식을 강조하고,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사는 진정한 생태환경의 복원을 주지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먹물을 뿜어내는 오징어를 통해서는 환경오염과 함께, 자연의 건강한 생명력을 암시해준다.
금중기의 작업에는 이렇듯 각종 동물들이 등장하고, 손때 묻은 골동품이 등장하고, 애니메이션 속의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친근한 이 소재들은 그러나 작가의 손길이 닿음으로써(탈맥락화와 재맥락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낯설어진다. 즉 동물들의 무표정한 표정은 인간에게 박제된 자연, 죽은 자연을 되돌려줄 뿐이다. 골동품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원본과 사본과의 경계를 흐리게 하고, 미의식과 관련된 주류와 비주류의 구분을 재고하게 만든다. 그리고 캐릭터는 현실과 가상현실을 헷갈리게 한다. 작가의 작업 속에는 이 모든 의미의 층위들, 친근하고 낯선 의미의 층위들이 부닥치고 충돌하며 포개져 있다. 그 의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상작용을 불러일으키고, 끊임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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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개요 |
Opening reception: 10. 13 금요일 오후 6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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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ing reception: 10. 13 금요일 오후 6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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