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의 디자이너 에토레 소트사스(Ettore Sottsass)는 디자이너에게는 문화 창조의 책무가 부여되어있기에 디자인을 통한 문화적 책임을 항시 잊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언급한 바 있다.
자신이 속한 시대의 급속히 변화되어 가는 문화 현상들을 바라보면서 그 이면의 특성들을 향한 끊임없는 관찰과 사유를 통해서만이 그 시대가 공감할 수 있는 진정한 아름다운 문화를 재창조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홍현주의 디자인은 철저하게 그 책무에 충실함을 보여주고 있다.
홍현주는 자신의 디자인에 사용되어지는 소재를 크리스털과 한국의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목기 소재들만을 고집함으로써 새롭고도 독특한 예술적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한국의 공예작가다.
크리스털과 한국의 전통 목기라는 전혀 다른 성격의 두 가지 소재를 접목하여 상상하기 힘든 상생의 에너지를 분출시키는 그녀의 작품들은 죽음을 통한 새로운 삶, 혹은 소멸을 통한 또 다른 생성이라는 이 우주의 순리를 존중하는 철학적 의미까지도 내포하는 독특한 작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크리스털은 투명하면서도 그 화려한 빛으로 오래 전부터 세인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고있는 서양의 대표적인 조명장식과 패션 액세서리의 소재인 준보석이다.
그러나 작가는 크리스털은 샹들리에나 장신구 디자인의 소재라는 통념을 뛰어 넘어 그녀만의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 이야기적 서술로 멋지게 은유화 된 디자인적 발상을 시도함으로써 크리스털의 의미와 가치를 재해석하였다.
또한 작가는 과거 한국인들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동반되었던, 그러나 이제는 진부한 옛 과거의 유물로 치부대어 홀대받고 있는 한국 전통 목가들을 감각적으로 재구성함으로 완전하게 그 모습과 용도를 변신시켜 시대가 공감하는 디자인을 제안하였다.
마치 날실과 씨줄의 만남처럼 틀에 얽매이지 않는 그녀 특유의 자유로움을 통하여 완전히 다른 두 성격의 소재가 전통과 현재의 새로운 조화로 탄생된 것이다.
소중한 것일수록 시간의 흔적이 깊이 베어있기에 그것을 지켜내려는 작가의 디자인은 많은 시간과 노동을 필요로 한다.목기들이 담고 있던 세월의 흔적과 그 의미를 온전하게 보존하면서, 동시에 손상되거나 훼손된 곳의 상처를 신비한 크리스털 빛의 에너지로 채워 치유하는 매 순간의 감동 때문에 작가는 끊임없이 새로운 열정으로 작업한다 하였다.
여인네들이 해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정성스레 장을 담궈 보관하였던 마당의 옹기 항아리는 현대 공간을 아늑하게 밝혀주는 조명으로, 고단한 인생살이를 견디며 끝 모를 길을 걸었을 닳아버린 거친 나막신은 그 기억을 뒤로한 채 화려한 크리스털 꽃을 가득 안은 꽃신 촛대로, 그리고 고가의 한 켠을 구성하였던 고재들은 그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현대적 실용성과 기능을 함께 갖춤 실내용 가구로 변신하여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 조선 미술 문화의 성격은 크게 풍부한 상상력과 구성력, 순박 순수함에서 오는 담백한 멋, 그리고 질박담소한 무기교의 기교로 정의된다. 홍현주의 디자인은 조선 공예의 본질적 성격을 많이 닮아있다.
그것은 작가의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한 마음에서 오는 정직함과 잊혀지는 모든 것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을 통한 노력의 결과인 것이다. 그녀의 직업이 끊임없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이유는 부끄럼 없이 쉽게 버리는 이 시대 우리는 모습을 극복하고자 하는 순수한 표현력에 있다. 작가는 우리시대의 진정한 디자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힘겨운 정체성을 극복하고, 아름다운 쓰임의 가치를 한결 같이 추구하고 있다.
그녀는 무엇을 생각하며 작업에 몰두할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자신의 작품들이 소중한 쓰임과 위안으로 남을 수 있기를 소망하며 긴 세월을 기다려온 목기 위에 정성스레 하나하나 크리스털의 빛을 더하고 있는 것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