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 노을이 넘어가는 세월의 흐름에 마냥 떠밀리기가 아쉬워 붉은 장미는 아니어도 은은한 향기 가득담은 백합처럼 살아온 세월 새로운 만남보다는 오래된 연인 같은 편안함을 좋아했고 한 순간의 반짝임 보다는 한결 같은 자연의 진실함에 감동을 받을 때 따스한 커피 한잔을 들고 창가에 기대어 구석으로 찾아드는 스산함에다 아련히 떠오르는 추억의 이슬을 담으며 한 줌 눈물도 삼킬 줄 아는 성숙함을 느낀다 서성거리고 싶은 날이면 혼자 훌쩍 떠나 통나무 쌓아둔 찻집에 들러 마음 머무는 곳에 잠시 앉아 말없이 내연인의 형상을 찻잔에 담곤 했던 세월 그 세월 그 세월을 보낸 지금 만나보고 싶었던 임들 조용히 기다려준 고마운 분들 가슴에 안고 기리며 노을이 되기 전에 더 우아함으로 나만의 향기를 담아 조심스레 내 연인들의 세월을 펼쳐보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