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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시 |
2006.05.24.수~2006.06.06.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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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글 |
‘Human, Nature, and Light’ - 큐레이터, 이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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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Nature, and Light’ - 큐레이터, 이진명
이성근의 예술세계가 펼쳐지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의 커다란 요소는 달걀모양이나 구, 원뿔과 같은 형태와 매체의 질감, 그리고 빛과 그림자이다. 극도로 정교하게 짜인 이 형태들은 공중에 매달려 움직임을 갖는가 하면 빛에 의해 회화와도 같은 그림자를 공간에 흩뿌리기도 하며 이 빛이 사라질 즈음에는 작품 자체가 내포하는 자기만의 고유의 빛을 외부에 발산한다. 또한 타원 형태의 부조작품은 평면성을 강조하면서 벽과 같은 공간을 그윽하게 장악하기도 한다.
이성근이 연출하는 이 예술세계의 주인공들은 각각 금속과 발광물체, 그리고 탱자나무와 같은 인위와 자연의 정밀한 조합과 화해이다. 금속은 구부러듦과 휨, 그리고 폄과 같은 손 작업을 통해 그 형태를 세상에 드러내며 공간 속에 자신의 외양을 드러낼 주장을 펼쳐낸다. 그리고 이 작품들이 주장하는 바는 세계의 질서에 관한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크게 나눈다면 그것은 자연과 인간의 사회와 문화일 것이다. 플라톤은 세계를 실재의 세계와 그림자의 세계, 그리고 이상의 세계로 나누어 파악한다. 실재의 세계에서 우리의 삶이 시간과 공간에 할애되어 진행되며, 이 속에서 모든 이의 온갖 이야기가 태어났다 사라지길 반복한다. 또한 자연의 이치 역시나 생명의 배태나 사그라짐의 순환고리를 지속해 나아간다. 그런데 이 실재에서 발생하는 보이지 않는 커다란 세계의 하나가 그림자의 세계이다. 이 그림자의 세계는 물빛에 어른거리는 환영도, 마음 속의 심상도, 회화와 같은 예술도, 영화와 같은 영상물도 모두 포함한다. 또 다른 세계는 이와 대비되는 이상의 세계이다. 이 이상의 세계를 달리 표현하면 이데아의 세계이고 이 이데아의 세계는 빛의 세계와도 같다. 원인 없는 결과가 없듯이 그림자가 있으면 반드시 빛이 있게 마련이다.
이렇듯 이성근이 만들어내는 예술세계는 바로 세계의 질서에 대한 상정을 원형적 형상을 통한 미적 체험으로의 연출에 있다. 그의 작품은 언제나 ‘인간과 자연, 그리고 빛’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우리의 삶과 우리의 삶을 이끌게 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느낄 수 있는, 아련하나마 뜨겁게 다가오는 힘의 원천과 생명을 담아낸다.
이성근의 설치작품은 우리의 삶과 우리 주위의 생명을 닮은 것처럼 원형적이며 근원적이다. 남성적인 원뿔모양(corn)이나 여성적인 달걀모양(oval shape), 여체의 부분형상, 그리고 구부러진 타원형은 그 자체로 태초의 생명을 체현(embody)시키고 있는 듯이 어두움 속에서 자기의 빛을 암묵적으로 발현시킨다. 그러나 시시각각에 따라 강렬한 빛이라도 받으면 이 형상들은 곧바로 자기 빛을 모두 잃은 채 그림자를 만들면서 존재론의 영역에서 자기역할을 변화시키며 자기를 숨겨버린다. 그러면서도 자기의 존재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이는 바로 우리 각자의 생명 속에 근원적인 생명의 빛이 담겨있더라도 태양과도 같은 거대하면서도 강렬한 섭리나 신의 뜻 앞에서는 미미한 의미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이성근의 관점이다.
장자(Chuang Tzu)는 “그러나 네가 세상에 세상을 숨길 수 있으되, 그 무엇도 사라지지 않는다면, 이것이야말로 사물의 불변하는 궁극적 실체이다(But if you were to hide the world in the world so that nothing could get away, this would be the final reality of the constancy of things)”라고 말한다. 그리고 앞서 보았듯이 이성근만큼 이 장자의 문구를 잘 이해하고 예술적 세계로 변모시킨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그의 형이상학적인 세계인식의 예술적 은유는 따라서 깊으면서도 유연하며 절묘하다. 이성근은 우리의 삶과 생명의 궁극적 실체가 무엇인지 알아가기 위한 기나긴 항해를 단행해왔고 또한 그 항해의 키를 끝까지 놓지 않을 것이다. 그 궁극적 실체는 예술적 은유의 연출만으로 파악하기에는 너무나 투명하면서도 눈부신 그 무엇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성근이 이 세계를 향한 항해의 발걸음을 거듭하는 한, 언젠가 우리 모두로 하여금 우리 삶의 모습과 예술의 의미를 동시에 깨우치게 할 순간이 눈앞에 임박해있음을 우리는 이성근의 2006년 연작 ‘Human, Nature, Light’에서 확인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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