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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작품이미지는
전시공간에서 홍보를 위해
e-mail로 보낸 사진을 재가공하여 등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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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시 |
2006.09.02.토~2006.09.08.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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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글 |
손파의 설치작업 (영어 번역을 위해 줄여 놓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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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파의 설치작업 (영어 번역을 위해 줄여 놓은 글)
오브제, 이항대립의 다리
손파의 첫 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오브제(Object)를 테마로 한다. 그는 오브제가 현대미술에서 이미 하나의 중요한 미술사적인 전형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손파의 작업은 서로 다른 두 가지 의미를 포괄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마대자루에 투영시키고자 했던 회화적인 구성의 고양이고, 다른 하나는 폐타이어튜브에 담고자 했던 저항적인 성격을 띤 의미의 재구성이다. 오브제를 재구성하는 그의 방식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해 왔던 대립을 극복하는 것이다. 현실과 이상은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오브제를 통해 대립적인 방식으로 펼쳐놓거나 중첩되고 또 집적하는 것으로 표현된다.
이처럼 이질적인 두 가지의 물성이 전제된 오브제는 그가 고민해 온 현실과 이상 사이의 골 깊은 간격을 드러내는 행위이자, 그 간격을 메우려는 노력의 성과이기도 하다. 이것은 그가 오브제를 통해 찾고자했던 예술적 표상의 첫 번째 근거가 되기도 한다.
이 같은 결실은 건널 수 없는 강처럼 멀게만 느껴졌던 이항대립(binary opposition)의 관계를 극복하는 계기가 된다. 그렇기에 손파에게 있어서 현실/이상, 시간/공간, 육체/정신, 형식/내용, 현상/본질 이라고 하는 관계를 극복하는 매개체는 오브제이고, 오브제는 이항대립의 강을 건너는 다리가 된다.
오브제에 대한 손파 자신의 시각은 미적 규범에 대한 극단적 충격요법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시간의 축적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던 흔적들을 찾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재료자체가 발하는 일련의 자연스런 이미지들을 발견해 간다. 그는 날실과 씨실로 잘 짜여 진 마대자루의 빛바랜 색과 낡은 흔적들 속에서 시간이 그린 그림을 찾아내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세월이 남긴 흔적과 그의 미의식이 만나는 접점에서 조형적인 개입이 가해진다.
어떤 물체나 대상을 경험하고 이를 의식하는 접점에서 촉각적인 요소는 소통의 주체가 느끼는 이미지의 변화에 깊이 작용한다. 손파는 이러한 촉각적인 것을 강하게 대립시켜 놓는다. 이를테면 까칠하면서 흡수하는 질감(마대자루)과 매끄러우면서 반사되는 질감(마대자루 사이에 비치는 아크릴판)의 이항대립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획득해 간다.
예컨대 기호나 상징이 서로 대립되거나 구분되는 구조를 이루고 있을 때에만 그 의미를 획득하는 것처럼, 손파는 오브제의 질감이 지닌 반사되는 매끈함과 흡수되는 까칠함을 대립시킴으로써 그 의미를 획득한다. 그렇게 획득된 의미가 재생산해 내는 것은 오브제의 이항대립을 통해 시공간을 연결하는 혹은 현실과 이상을 잇는 다리라는 메타포의 생산이다.
손파의 작업은 일관된 어조로 이항대립의 관계 속에 놓여있다. 이 같은 이중의 구조는 색을 사용하는 점에도 표현되어 있다. 붉은 색과 파랑색은 생명감 넘치고 명쾌한 기운을 발산하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작용을 한다. 생동감을 주는 색채의 상징은 재료의 이질적인 조건을 보다 분명하게 드러냄으로써 순수하게 재료가 지닌 속성을 강하게 부각시키는 점이기도 하다.
특히, 긴 시간의 흔적들이 녹아 있는 마대자루 위를 환한 빛으로 그리는 사각의 푸른빛은 명상에 잠긴 모습처럼 또는 깊은 심연 속을 바라보듯 반복적으로 펼쳐진다. 그 푸른빛은 과거의 시공간에 비춰진 현재의 시간이자 명상의 시간이다. 동시에 과거의 시간과 대비되는 현재의 시간 내지는 미래를 상징하는 빛이기도 하다. 따라서 파란 색면은 심연에 자리한 그 ‘어딘가’의 그 ‘무엇’으로 시공간의 거리를 연결하는 매개체가 된다.
그의 오브제 작업에서 보여 지는 이중구조 방식은 이질적인 재료를 투명한 아크릴판에 집적해 놓는 곳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 작업은 상이한 두 재료의 반복을 통한 집적으로 과거와 현재의 지층을 하나의 흐름으로 파악하는 통시적 관점을 지닌다. 결합과 단절이 반복되는 통시적 관점의 지층에선 그 어떤 역설이 담겨있다. 그 역설이란, 선은 면이고 면은 선으로 보이는 지층의 표현 방식이다.
시간은 모든 사물에 흔적을 남긴다. 그리고 하나의 오브제에 지속적으로 스며있거나 축적된 시간의 흔적은 세월만큼의 두께와 깊이를 남긴다. 그런 시간의 지층을 찾기 위해 작가는 선들이 교차하면서 짜놓은 마대자루에서도, 긴 시간 짐을 싣고 달렸을 자동차의 고무바퀴에서도 시간의 궤적에서 핀 생명의 빛을 발견해 간다. 그는 이처럼 오브제에 스민 시간의 궤적을 쫒아 과거의 흔적을 찾고, 또 새로운 질감으로 형과 색을 부여해 이미지의 연결고리와 결합의 의미를 찾아간다.
이번 전시작 중에서 자동차의 고무 타이어 튜브를 잘라 평편한 판위에 펼쳐 놓은 것이 있다. 그것은 회화도 조각도 아니지만, 독립적이고 자족적인 설치물로 동물의 가죽을 벗겨 메달아 놓은 것처럼 독특한 경험을 유발시키는 인상적인 설치물이다. 붉은 사각의 틀 속에 마치 벗겨진 동물의 가죽처럼 사지가 벌려진 채로 매달려 있는 이 엄숙한 오브제는 우연이나 충동으로 선택되어 진 것도 아니고, 자아의 개입을 최소화 하여 무의식을 끌어내기 위한 것도 아니다. 그는 고무를 잘라 판에 펼쳐서 걸기까지 꼼꼼하게 구멍을 뚫기도 하고, 뚫린 구멍으로 밧줄이나 실을 연결함으로써 이미지의 변이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이처럼 오브제의 재료적 요소와 시간의 경과를 통해 입혀지고 부과된 흔적이 그의 미감과 결합되는 접점이야 말로 이번 전시를 통해 그가 보여 주려는 오브제의 예술적 의미인 것이다. 이렇게 제시된 고무바퀴는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린 사회적 존재의 잔해이자, 본래의 장소에서도 단절된 대상이다. 따라서 작가에 의해 새로운 의미가 담긴 오브제는 사용가치가 끝나고 버려져서 폐기된 기성품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부각 되어 있다.
오브제를 통한 설치미술은 소재가 다양하고 주제도 파격적이며 시각 청각 후각 등 다양한 감각을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의 다양성이 내재되어 있다. 추상적이고 가상적인 차원에서가 아니라 실재적인 시간과 공간을 작업의 재료로 삼음으로써 삶과 예술의 간격은 좁혀지고 있다. 그래서 오브제를 통한 설치미술을 일상과 예술을 잇는 공간의 담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번 전시가 이항대립적인 관계를 통해 그 어떤 가능성을 확대 재생산 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오브제를 다루는 작가의 시선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오브제에 대한 다양한 재료의 연구를 통해 영상, 환경, 사운드 등 보다 폭넓은 영역의 실험을 통해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해 보려는 작가의 노력과 열정은 벌써부터 두 번째 개인전을 기대하게 한다.
김옥렬(독립큐레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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