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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시 |
2003.10.15.수~2003.10.28.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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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글 |
강주연의 오브제 조각, 설치 - 무한 입방체의 구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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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연의 오브제 조각, 설치 - 무한 입방체의 구조물
지난 5년간에 걸쳐 이번에 마련된 그의 4회 개인전은 그간의 작업도정을 가늠케 해준다. 제법 많은 작품발표를 통해 그가 꾸준히 궁리해 온 조각의 의미는 무엇일까? 일단 그는 현대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소위 '오브제의 조각'에서 출발했다. 이는 생활주변에 버려진 물건들을 수집해서 미술품을 만들고 예술적 가치를 부여하는 현대조각의 방식인 것이다. 그는 처음에 주로 오래된 목 가구를 이용했다, 그가 즐겨 썼던 격자무늬의 문살과 문고리, 쐐기 박힌 마루판... 이런 것들은 본래의 기능을 버리고 그의 손에서 조각품이 되었다.
그러나 그런 가구들은 여전히 자신의 기존형태를 갖고 있어서 나음대로의 조형적 영향을 끼친다. 왜냐하면 그것들 본래의 형태와 기능은 어떤 역사나 설화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잠재력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 부속품들은 그 자체로서 이미 미학적 의미를 갖고 있던 것으로, 다른 사물들과 만나면서 새로운 의미를 발생시키는 '맥락적 사물'들인 것이다. 이런 사물들이 아무렇게나 결합하지 않고 일정한 질서와 형식을 갖출때 예술이 되며 이것이 또한 오브제 조각의 매력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의 오브제 조각은 특별한 '상황'이 주어지고 그 상황에 따라 여러 의미작용이 발생한다. 여러 단어들을 모아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듯이 오브제 조각은 여러 사물들을 주섬주섬 모아 야기를 꾸며낸다. 그의 조각은 주절주절 사연을 들어놓은 일말의 설화형식이 있었으며, 사설이 생겨나고, 그림이 그려지듯 형태가 구성된다. 각 물건들에 간직된 과거의 기억들을 채집하고 분류하고 재구성한다. 이런 것들이 그가 첫 개인전에서 보였던 대략적인 특징들이었다. 이후로 그의 조형기법은 절제된 형식으로 변모한다, 형태는 축약되고 구성은 간략하게 정돈된다. 이전의 오브제들은 어느 정도 본래의 모습은 간직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거의 추상화 되어 버렸다. 본래의 형태는 극히 일부분만 남겨두었고 그것조차도 기하학적으로 재구성되었다. 휠씬 더 압축된 형태로 상징적인 표현을 구사하게 되면서 문 창살의 격자무늬와 오방색은 중요한 모티브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혔다.
지난번의 창살은 애초의 낡은 그 모습을 그대로 사용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창살표면에 채색을 하고 나름대로 각색을 해 냄으로써 세월의 때가 묻었던 본래 상태를 지워버렸다, 과거의 흔적들은 깔끔하게 물감으로 덮어버린, 다시 말해 과거시제가 제거된 창살로 만들어버렸다. 창살무늬가 의미하는 것이란 단지 구조로서의 격자 형태일 뿐이다. 옛 가구에 대한 사연도 배제됐고, 전통과의 맥락을 유지하던 골동품의 단서들도 청회색의 차가운 코팅으로 사라졌다. 이전의 격자무늬는 창살 문이라는 서정성을 띄며 끈끈한 정감을 부추겼었다, 창살 문으로서의 의미기호는 건축물을 가리키고 아늑한 공간을 연상시켜 주었다. 그것은 우리의 추억을 집안으로 끌어들이는 시각효과가 있으며 마당과 방을 연결시켜주는 조형기호이기도 했다. 그의 창살은 이렇게 건축적인 공간과 심리적인 공간을 동시에 나타내는 것이었다. 격자무늬와 함께 부각시킨 그의 오방색은 빨강, 노랑, 파랑, 초록, 하양이다. 일반적으로 오색을 말할때는 초록대신 검정을 쓴다. 이 색은 그의 작품 사인처럼 붙어 다니면서 특정한 기호역할을 한다. 그 색들은 작은 점들로 찍혀있지만 매우 돋보이는 위치에 새겨진다. 그것은 아무래도 조형적인 색상효과보다는 주술적인 힘이 더 있어 보인다. 막연하지만 토속적인 무속신앙의 어디쯤으로 인도한다.
과거의 작품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난 듯한, 그러면서 미니멀리즘과 관련 있어 보이는 이번 전시회의 작품은 여러모로 바뀌었다. 그러나 그 양식과 사상의 뿌리를 따라가 보면 역시 격자무늬 창살에서 발전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의 작업과정은 최근 몇 년 사이 매우 기하학적인 형태로 함축되는 경향이 짙었다. 앞서도 말한바와 같이 그가 오브제 조각을 위해 사용했던 골동물건들에서 서서히 서사적인 내용이나 서정적인 단서들을 지워버리고 오직 사물성 그 자체로서의 구조물을 강조하려는 과정을 보았다. 작품 안에서 설화적인 요소를 빼버리고 작품 외적인 것과의 맥락을 단절시킴으로서 깔끔하고 말없는 조형적 구조물만 남기려 시도했었다. '무한 입방체의 구조물'로 집약된 그의 이번 작품은 좀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전환점을 찍고 있다. 그가 오랫동안 끌고 온 주된 주제는 '공간해석'이었다. 특히 건축과 조각이 하나로 된 동질공간의 문제를 늘 안고 있었다. 두 가지 성질을 내포한 문 창살이 그의 주된 조각 모티브로 자리잡혀 온 도정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그가 이번 전시를 '오브제 조각, 설치'단계로 이행하는 것은 자연스런 시도이다. 이번 설치 조각에서 그가 선택한 형태는 입방체이다.
그것의 바탕은 기하학적으로 격자무늬이다. 입방체의 껍데기를 다 제거하고 남은 뼈대로서의 구조물, 그것이 이번 작품의 기본단위로 쓰여진다. 그것은 기하학적인 공간구조물 보여 줄 뿐 조형형식의 외적인 것들과 연관성이 배제된다. 형태 중에서는 가장 감정이 빠진 사각형 공간으로서, 평면적이자 입체적인 투명공간을 구축하고, 같은 단위의 사각공간들은 리듬적인 배열로 점점 증식된다. 이런 점에서 그의 작품은 매우 미니멀리즘에 서 있다. 그러나 다섯 개의 네온 빛이 흘러오는 공간에서 그의 특별한 사인을 읽어내게 된다. 그는 과거의 작품들, 더 길게는 전통과 연결되는 통로를 한 가닥 남겨 놓았다. 이렇게 미니멀리즘을 비껴간다. 그는 미니멀리즘과 오브제 조각의 사이에서, 격자무늬에 문살에 묻은 추억의 공간과 오방색의 빛 사이에서, 수정처럼 맑게 투과되는 사각의 백색공간을 탐색하고 또 해석코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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