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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작품이미지는
전시공간에서 홍보를 위해
e-mail로 보낸 사진을 재가공하여 등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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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시 |
2006.09.14.목~2006.10.19.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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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헌의 <Body> : 시선의 변증법
계원조형예술대학/ 미술비평 유 진 상
민병헌의 사진은 ‘거리’(距離)를 다룬다. 잡초, 풍경, 눈 덮인 벌판, 하늘, 그 어떤 대상을 기록하건, 또는 그 대상이 얼마나 가까이 존재하건 그의 사진 속에는 거리가 자리 잡는다. 그것은 사진이 자동적으로 기재하는 일안(一眼)적 세계관에 의한 거리와는 다르다. 민병헌의 사진 속에 존재하는 거리는 일종의 납작함, 극도로 압축된 단면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일반적인 사진이 우리가 세계라고 부르는 연속체(continuum)로부터 횡적 단면을 잘라내는 반면, 그의 사진은 시선의 수직적 단면을 얇게 절편(切片)해낸다. 대상들은 거의 완벽하게 균일한 회색의 평면 속에 기록되지만, 동시에 그 단면이 위치했던 거리에 그대로 머문다. 그의 사진 속에 기록되는 거리는 원근법적 거리가 아닌 단일한, ‘하나의’ 거리다. 비교나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 단일한 거리에 존재하는 대상들은 마치 카메라가 아닌 거대한 감광면에 순간적으로 포획된 흔적처럼 보인다.
그것이 원래 있었던 거리 위에 존재하는 이미지란 마치 다가가려 해도 항상 동일한 밀도로 멀어지는 기억과도 같다. 잘 보이지 않는 대신 그것은 그것이 존재했던 시간의 분명한 감정을 매번 동일하게 재현한다. 민병헌의 사진은 기억의 단일한 단위, 하나의 분절된 톤, 그것이 지시하는 시공간의 위치를 최소한의 사건 혹은 단서와 함께 보여준다. 그의 사진들 속에서 사건은 그것의 드라마, 인과관계, 의미를 나타내는 기호가 아니라 그것이 일어난 시간의 존재를 표시하는 기호다. 사건은 일어나는 대신 공간적 단면의 형태로 이루어진 기호가 된다. 우리는 그것의 의미를 알고 있지만, 대신 그것이 지시하고자 하는 다른 것을 바라본다. 민병헌의 사진은 환원적(minimal)이라기보다는 최고치(optimal)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분명한 단면을 선택하는 것이지 대상으로 환원시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먼 곳의 풍경이나 풍경 속의 사물들로 이루어진 그의 작품 속의 많은 피사체들과 달리, 민병헌의 사진 속에 나타나는 신체는 대체로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바라본, 심지어 극단적인 접사에 가까운 신체의 부분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사진들은 그의 다른 작품들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당혹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데, 여기에는 일정한 거리감이나 압축된 공기 대신 과도하다고 할 만큼 적나라한 시선이 존재한다. 완벽하게 질감이 재현된 모델의 살결과 체모들, 노출된 성기의 적나라함은 시선과 욕망의 위치가 거의 동일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관음증의 취향과 기억의 희박한 거리감 사이에 놓인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여기서 바르트(Barthes)의 몸에 대한 단상을 인용해 보고자 한다 :
“때로 어떤 생각이 나를 사로잡을 때, 나는 사랑하는 사람의 몸을 오래도록 살펴보기 시작한다. 살펴보는 것은 헤집는 것과 같다. 나는 그의 몸을 헤집는다. 마치 그 안에 있는 어떤 것을 보고 싶기라도 한 것처럼, 마치 나의 욕망이 자꾸만 샘솟는 이유가 상대의 몸 안에 있기라도 한 것처럼. 이 작업은 냉정하고도 다소 놀라움에 사로잡힌 상태에서 진행된다. 마치 처음 보는 곤충을 대하듯 차분하고 주의 깊게 살펴보다가 나는 어느 순간 더 이상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된다. 그의 몸의 어떤 부분은 특히나 이러한 관찰에 잘 어울리는데, 눈썹과 손톱, 머리털이 나는 부분, 매우 부분적인 어떤 것들이 그러하다. 그럴 때면, 나는 내가 죽어있는 육체를 숭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왜냐하면, 내가 관찰하고 있는 육체가 정지 상태에서 벗어나 뭔가 하기 시작하는 순간 나는 나의 욕망이 ‘변하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그가 생각을 하는 순간 나의 욕망은 탐욕하기를 멈춘다. 그는 다시 내 생각 속의 누군가가 되며, 하나의 이미지, 하나의 전체로 되돌아간다. 그리고 다시 나는 그를 사랑하기 시작한다.” (롤랑 바르트, <연애담론의 편린들> 中 ‘몸’에서)
시선 속의 대상은 바라볼수록 기억으로부터 멀어진다. 바라볼수록 멀어지는 욕망의 대상으로서의 몸은 어떻게 원래 욕망했던 것으로서 기록될 수 있을까? 민병헌은 시선에 온갖 수사를 가하는 대신 처음부터 시선이 바라보고자 했던 것을 바라본다. 모델의 신체 위에 접히거나 펼쳐진 성적으로 민감한(erogenous) 부분들은 정확하게 사진가의 시선이 바라보고자 했던 위치에 놓여있는데, 이러한 시선과 욕망의 겹침은 바르트의 표현처럼 대상에의 탐욕이 대상의 죽음과 더불어 비로소 허용된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반대로 욕망의 대상은 그것이 시야에서 멀어짐과 동시에 비로소 우리의 뇌리에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러한 멀어짐은 신체의 경우 다소 민감한 거리를 내포한다. 민병헌의 다른 사진들이 회색의 상이한 톤들이 명멸하는 빛의 광범위한 스펙트럼 속에서 다루어지는 반면, 그의 누드들은 상대적으로 좁은 빛의 스펙트럼 속에서 섬세하게 피사체로서의 신체와 욕망하는 시선의 거리를 재현한다. 몸은 때로는 적정치보다 다소 어둡거나 밝고, 때로는 그의 풍경에서 보는 것처럼 약한 빛이나 그림자에 의해 좀 더 희박한 이미지로 표시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은 풍경에서처럼 완전히 멀어지거나 지나치게 다가오지 않는다.
사진이 가리키는 것은 물리적 거리가 아닌 거리가 생겨나는 장소다. 민병헌의 사진에서 거리는 빛의 주조(主調)에 대해 우리가 뇌리 속에서 형성하는 다양한 기억들로부터 결정된다. 그것은 몸을 찍은 사진들에서도 마찬가지다. <Body>연작은 섬세하게 주조색이 조정되어 있는 사진들로 이루어져 있다. 신체가 갖는 배타적인 관능성과 이입 가능성은 여기서 피해야 할 것이 아닌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할 대상의 특성으로 수용된다. 즉 그것은 삭감되는 대신 오히려 빛의 움직임을 강조하는 무대가 된다. 한 사람의 사진가가 자연과 성(性)이라는 두 가지의 전혀 다른 주제를 빛이라는 공통적인 범주를 통해 다루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민병헌의 경우, 빛의 기여는 단순히 일반적인 범주의 사진적 정의에 머물지 않고 대상을 기억과 시공간 속에서 개별화하는 가장 직접적인 경로로서 다루어진다. 그가 본 신체들이 개별적 기억의 편린들로서, 정확히 말할 수 없는 시선의 원근 속에 떠있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의 풍경사진들에서 느낄 수 있는 빛에의 동화(同化)만큼이나 그의 누드사진들은 빛의 관능성에 몰입하게 한다. 그의 사진은 대상에 대한 시선의 탐닉이 어떻게 ‘다른’ 것으로 변하는가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풍경사진들로부터 작가가 추구해온 시선의 구도(求道)는 여기서 또 다른 화두를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다. 먼 것과 가까운 것의 변증법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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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개요 |
이번 전시는 사진가 민병헌의 ‘Sky’, ‘Weed’, ‘Fog’, ‘Bod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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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사진가 민병헌의 ‘Sky’, ‘Weed’, ‘Fog’, ‘Body’, ‘Gloom’, ‘Snow Land’ 등 그가 발표해 왔던 일련의 작업들 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서, 80년대부터 최근까지의 사람사진과, Body 시리즈 작업 중 발표되지 않았던 사진들을 중점으로 구성되었다.
그 동안 소개된 민병헌 사진의 소재는 ‘풍경’이 대부분이었으며, 보일 듯 말 듯 애매모호한 이미지와 주제가 다소 난해해서 어렵게 여겨지는 작품이 대다수였다.
사진의 톤과 구성에 있어서 뛰어난 감수성과 예술성을 유감없이 발휘해온 그에게 있어, 자연과 인간은 공통적인 관심사이며, 기존에 발표해온 일련작품들과 크게 벗어나지도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들 모두가 작가자신이 수작업으로 해 온 아날로그 작업들이라는 것에 있으며, 다양한 그의 작업세계 중에 일부분일 뿐 이라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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