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프 닝 : 2006년 3월 3일(금) P.M 6:00
포장된 캔버스와 마주하다.
영상과 사진작업으로 익숙한 작가 김성연이 이번 전시에서는 평면회화 작업을 선보입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포장지나 옷감 또는 벽지의 반복적 문양들에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패턴’입니다. 패턴이라 함은 일반적으로 그 원형의 틀에 의해 계속 반복되는 형태를 연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김성연의 패턴은 규칙적인 듯 보이지만 똑같은 문양의 반복이 아니라 자유로운 드로잉의 흔적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마치 꽃잎 같기도 하고 나비 같이도 보이는 이 자동기술적(automatism)인 붓자국들은 일정한 규칙으로 반복되는 텍스타일(textile design)의 repeat design 형식과도 닮아있습니다.
이러한 반복적 율동이 있는 패턴으로 인해 캔버스는 그 자체가 아름다운 포장 혹은 다양한 컬러의 옷감으로 둘러 쌓인 하나의 상품인 것처럼 보여집니다.
이번 패턴 시리즈의 작업들은 단순히 컬러와 브러쉬 스트로그(brush stroke)와 같은 화면구성에만 관심을 가지고 제작된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 이면에는 이번 전시장소가 백화점이라는 상업적 공간이 갖는 특수성과 관람객과의 소통에 관한 작가의 고민과 실험이 스며있습니다. 작가는 일반인들이 포장지나 옷감, 벽지 등은 그 문양이 추상적이라 할지라도 난해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색조가 아름답다거나 어울리겠다거나 라고 평가하며 자신들의 취향과 필요에 따라 선택하는 것을 보고, 왜 화랑 속의 미술을 접할때는 어렵고 힘들게 받아들이는지 의문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백화점과 같은 상가에서 물건을 고르는 모든 고객들은 자신들이 선호하는 색깔과 문양을 찾고 상품들의 색을 비교 판단하는 일과 같이 시각예술이 개입된 행동을 적극적으로 즐기면서도 미술작품을 보면 소극적이며 피동적으로 바뀌게 된다는 것입니다.
‘불확정적인 패턴’ 전은 작가 스스로 ‘패턴 디자인’이라 ‘명’ 하였을 때 일반관객들의 반응과 평가가 어떠한지, 소통의 가능성은 무엇인지 등을 모색하려는 의도가 저변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과연 현대 미술속의 그 무엇인가를 읽기 위해 고민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물건들처럼 색과 문양을 바라보며 즐길 것 인지와 같은 의문들 말입니다. 이러한 작가의 의도와 함께, 단조로우면서 몇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있는 절제된 화면과, 규칙이 있어 보이지만 자유로운 드로잉, 캔버스 마다 각기 다른 느낌의 색조들은 다양한
취향의 고객(관객)을 위한 선택의 폭을 확대하고 있는 듯 합니다.
작가 스스로가 순수 회화 작품을 자동기술적 패턴으로 포장하여 상품화한 형태를 취한 것은 백화점이라는 특수한 공간 속에서 미술 작품이 보여 줄 수 있는 다양한 성격 중의 한 일면을 강조하여 나타내고자 함이지 이를 참여 작가의 작업관으로 한정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는 현대 미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함에 있어 수많은 대중과의 소통을 모색하려는 작가의 시도이자 노력입니다.
수많은 인파와 상품들이 넘쳐나는 현대판 장터 - 백화점.
우리는 그 속에서 우리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형태의 욕망들을 유형과 무형의 가치와 교환하는 행위를
당당하게 즐기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서 잠시나마 미술 작품에 관련한 완고한 규범들 이를 테면
‘무엇일 것이다’. ‘무엇을 표현하였나’ 와 같은 아무도 요구하지 않은 ‘주어진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은 접어두고, 스스로의 느낌과 해석으로 색과 선의 율동을 즐기기를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