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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작품이미지는
전시공간에서 홍보를 위해
e-mail로 보낸 사진을 재가공하여 등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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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시 |
2006.10.09.월~2006.10.31.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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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의 탐색
한 획을 긋는 순간 부동성이 사라진다. 순차적으로 파격적이고 묵시적인 검은 획들이 흰 화면을 점유하면서 김호득이 자신의 작업을 일컫는 ‘공간 유희’가 시작된다. 간결하고 힘찬 필묵이 점진적으로 화면을 길들이고 소유할 때 화가에게 막연하게 인식되던 공간개념이 차 있음과 비어있음의 변증법적 발전으로 구체화된다. 또한 빈 공간에 한 획이 나타나는 순간 그는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그의 의식을 늘 장악하고 있는 시간의 가시화를 느낀다.
한 획이 다른 획들을 부르며 공간에서 확장되는 동안 느렸던 심장박동이 점점 더 가빠지고 입술은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호흡은 먹을 빨아들일 것 같고 눈은 화면 속으로 몰입된다. 이렇듯 작가의 신체와 그의 작품 사이의 완벽한 상호침투가 이루어지는 창조의 시간은 김호득에게 바로 공간의 이해, 나아가 자신의 신체성을 인식함을 의미한다. 작가의 몸은 공간 속의 대상인 동시에 그 자체가 또 하나의 공간을 이루는 역설적인 존재이다. 동시에 작가의 몸은 공간의 안과 밖, 움직임과 멈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과 같은 대립적인 요소들을 연결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예술가 김호득의 의식에서 시간 · 공간 · 움직임이라는 세 개념은 불가분하게 서로 연결되어 상존한다. 즉, 그에게 시간의 인식이란 화폭과 대응하는 신체의 움직임을 통해 가능하며, 반대로 움직임이 일어나는 공간은 그가 인식하는 실재적인 시간인 창조의 시간 안에서만 존재한다.
김호득이 탐닉하는 화두인 ‘공간 유희’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는 이것을 당연히 시간 개념과의 연관성에서 해석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작가 스스로도 공간을 언급하면서 늘 시간성을 동반한다.
그를 ‘파격과 도전의 화가’라 불리게 한 생명력을 분출시킨 <폭포> 연작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내리는 물은 스스로를 광폭하게 소유하고 점차 녹아들다가 마침내는 대자연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급속히 흘러내리다가 유유히 사라지는 움직임의 변화는 화면에 시간적 지각을 도입하면서 시간의 시작과 끝, 즉 시간의 유출(flux)과 유입(influx)을 보여준다. ‘흔들림’, ‘문득’, ‘사이’란 개별적이면서도 연결된 테마로 보다 순화되고 절제된 화법을 통해 근원적 생명의 세계로 침잠하는 연작에서는 또 다른 시간 개념을 찾을 수 있다. 우주생멸의 원리를 무수한 점들의 연속체로 환원시키려는 극기에 가까운 노력으로 탄생한 작품들에서 우리는 작가의 강렬한 순간적 체험을 느낄 수 있다. 한 점이 나타나는 매 순간은 과거에서 미래로 이행하는 시간의 통시성을 파기하는 이탈된 현재이며, 이 안에서 작가는 자신이 살아 숨 쉬고 있음을 확인한다. 죽음의 그림자에 가까이 다가갈 뻔했던 그에게 매 순간 마다 삶을 확인하는 체험은 유달리 생생했을 것이다. 한편, 거대한 에너지로 공간을 가르는 검은 획의 분리와 만남으로 구성된 그림은 순간의 용출이 화석처럼 굳어지는 순간 또는 시간이 정지됨을 환기시킨다. 이러한 시간의 멈춤을 후설(E. Husserl)이 이 세계의 현실에 대한 판단의 일시적 ‘보류―괄호 안에 넣기’라는 의미로 사용한 ‘에포케’(epoche) 개념에 연결시킬 수 있다. 이 시간의 ‘에포케’ 안에서 작가는 자신의 창조적 사고를 새롭게 정비할 것이다. 지금까지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자신의 예술세계에서 이미 구축한 것을 스스로 파괴하고 혁신을 지향해 온 그에게 이러한 시간의 멈춤은 우주라는 시간과 공간의 근원으로 다가가는 성찰의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흔들림’, ‘문득’, ‘사이’ 연작에 나타난 강렬한 순간의 체험과 시간의 멈춤은 바슐라르(G. Bachelard)가 주장하는 연속되지 않는 시간 개념과 연결된다. 거대한 에너지로 공간을 가르는 검은 획의 분리와 만남으로 구성된 그림은 순간의 용출이 화석처럼 굳어지는 순간 또는 시간이 정지됨을 환기시킨다. 이러한 시간의 멈춤을 후설(E. Husserl)은 이 세계의 현실에 대한 판단의 일시적 ‘보류―괄호 안에 넣기’라는 ‘에포케’(epoche) 개념으로 설명했는데, 이 시간의 ‘에포케’ 안에서 작가는 자신의 창조적 사고를 새롭게 정비할 것이다. 지금까지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자신의 예술세계에서 이미 구축한 것을 스스로 파괴하고 혁신을 지향해 온 그에게 이러한 시간의 멈춤은 우주라는 시간과 공간의 근원으로 다가가는 성찰의 시간이라 할 수 있다.
김호득은 이번 갤러리 분도 전시를 위해 평면작업과 설치작업을 함께 준비했다. 보다 능동적으로 공간을 점유할 설치작업은 필묵의 확장에 의해 완벽한 검은 색으로 변한 화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설치작업과, 무의식의 세계로부터 뭉글뭉글 흘러나와 성장해 가는 자연의 과정을 연상시키는 응집된 형태가 있는 그림에서 시간의 축적과 진행을 읽을 수 있다. 이는 과거로부터 미래로 이행하면서 레미니선스(reminiscence)가 이루어지는 시간이자 시간의 양적인 팽창으로서, 베르그송(H. Bergson)이 말하는 지속(durée)에 해당된다. 우리 내면의 삶은 이 ‘지속’ 개념에 연결되어 있고, 창조자는 이 안에서 영원을 느낄 것이다. 반면, 바슐라르는 ‘순간’의 강렬한 힘을 시간의 진정한 실체로 보았다. 화가가 선택하는 가장 비옥한 순간에 의해 화가의 그림은 자유로운 상상의 장을 열 수 있다. 이처럼 작품이 만들어지는 시간은 열려진 시간이며, 이 창조적 행위에서 순간과 지속이 서로 합류한다. 작품이라는 공간 안으로 몰입된 이 합류와 교차의 시간은 예술가가 원하는 바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예술가가 작업하는 순간은 즉각적인 현재인 동시에 축적된 과거의 체험들이 수렴된 순수한 현재라고 볼 수 있다.
이상과 같이 김호득의 창조과정에서 중요한 요인인 시간개념을 통해 우리는 그가 물리적 시간의 속박과 인간 존재의 한계성을 나름대로 극복하려 함을 알 수 있다. 그는 시간의 ‘역전불가능성’에 도전하면서 결코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가는 물리적-천체적 시간을 내면 의식에 의해 멈추게 하고, 시간을 길들이고 소유하여 시간의 주인이 되려한다. 이렇게 그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을 창조세계에서 대담하게 시도하면서 한정된 화면공간을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천장에서부터 바닥으로 길게 떨어지는 검은 화면들은 결코 휴지(休止)나 종결의 표상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진득한 먹의 물성이 응축되어 형성된 응집 형태는 비물질적으로 승화된 빛을 발하고 있다. 빛을 여러 각도로 반사시키는 검정에 매료되었던 술라쥬(P. Soulages)처럼 김호득에게 검은 먹은 바로 신비하고 초극적인 빛, 어둠 속에 실체를 숨긴 예언자이며, 동시에 과거와의 단절을 통해 순수 창조를 지향하는 실험 정신의 상징이다. 이 검은 물결 사이를 문득 스치는 바람, 관람자들로 인한 흔들림, 미세한 떨림에서도 대지의 숨소리와 공기의 유동성이 감지될 수 있지 않을까? ‘흔들림 - 문득 - 사이’는 모든 사물에 스며들고 흐르는 우주적인 힘, 생명력의 기, 기운생동의 원천적 의미를 숙고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 박소영 (미술평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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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개요 |
2005년 일 년간의 외유는 실험지향형의 작가 김호득의 창작세계에서 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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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일 년간의 외유는 실험지향형의 작가 김호득의 창작세계에서 진정한 충전의 기간이었다. 유난히 길고 무더웠던 올 여름 동안 김호득의 작업실 벽, 바닥, 천장은 한지, 광목 등에 시도한 작업들로 완전히 덮여있었다. 일탈이라 할 수 있는 외유의 시간 동안 작가의 의식 속에서 서서히 꿈틀거리던,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실체-형체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후 세 번의 계절이 바뀌면서 성장해 가는 자연을 닮은 응집 형태로 나타난다. 용솟음치는 필묵으로 의고한 수묵 기법의 파격을 시도하던 작업 이후 생성과 소멸의 순환을 반복적인 점찍기 행위로 가시화한 작업인 ‘사이’, ‘흔들림’, ‘문득’에서 작가는 시공과 우주의 근원으로 다가가려고 했다. 이는 삶과 죽음을 가까이서 체험한 작가에게 일종의 구원과 득도의 길이라 할 수 있다. 격정과 침잠의 시기 이후 이번에 갤러리 분도에서 선보일 평면 작업들은 간결하면서도 그 안에 일획의 정수가 함축된, 의식의 저변에서부터 천천히 용출되는 형체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 번 전시의 진수는 갤러리 주 전시공간을 점유하고 관람자들을 수묵의 묘미 안에 환원된 생명력의 기로 압도할 설치작업이다. 이전에 몇 차례 시도한 설치작업과 달리 이번 것은 전시장 천장에서부터 바닥으로 흘러내리거나 단계적으로 높이가 낮아지는 구조물에 설치되는 거대한 검은 화면이다. 획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한지들은 먹의 정기를 고스란히 흡수한 채 심오한 빛을 발산한다. 근원적 생명의 탐색이라는 김호득의 영구한 주제는 평면이 아닌 실제 공간을 점유하는 설치작업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다. 작가는 전시가 시작되기 오래 전부터 수도 없이 갤러리에 들러 전시공간을 여러 각도로 연구하고 있다. 관람자들은 이 번 전시에서 독자적인 방식으로 생명력의 원천에 대한 탐구를 멈추지 않는 작가 김호득의 새로운 시도를 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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