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이상 서울과 프랑스에서 개인전을 해온 최은수가 오랜만에 고향인 대구에서 신작들을 발표한다. ‘눈속임’(트롱프 뢰이 trompe l'oeil)의 완벽한 예를 보여주는 그의 그림은 대상의 리얼한 현존을 강조하기 위해 대상의 촉각적인 가치에 중점을 둔다. 몇 년간 계속된 "apple position" 연작과 작년부터 시작한 "poire position" 연작을 통해 작가가 추구하는 것은 오로지 그의 화면에서만 존재하는 독특한 빛의 탐구라 하겠다. 작가는 빛의 직진성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빛의 미세한 파장을 부단히 의식하고 공기와 빛의 마찰에서 생기는 대기의 파장 혹은 사물에 빛이 부딪쳐서 발생하는 반사광의 파장에 몰입한다. 그 결과가 순백의 천과 선명한 색상을 지닌 과일의 대비를 통해 생생하게 나타나며, 관람자는 과일의 비현실적인 리얼리즘에 놀라게 된다. 금방 나무에서 딴 듯한 배는 생물의 생생한 물기를 머금고 있다. 파장과 반사광의 놀이에 의한 화면 구성은 최근 작품에서 한 개의 배를 두 세 조각으로 잘라 병치하는 구성 방식에서 한층 더 치밀함과 유동성을 보여주면서 관람자의 시선의 움직임을 유도한다. 최은수의 배는 수많은 부동성을 수반하고 있으면서 우리에게 그것이 일말의 변화도 겪지 않고 이 세상의 종말까지 지속될 것 같은 느낌을 전달한다.
오픈 : 9월 4일 17시
기획 : 박소영 ( 011 523 8228 )
파리Ⅰ대학(Sorbonne-pantheon) 조형예술학(Art Plastique)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