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도스에서는 흙을 빚고 캐스팅하는 과정 속에서 도자조형의 표현영역을 넓혀가는 젊은 작가 백진의 개인전을 기획하였다. ‘앨리스를 보셨나요?’ 와 ‘하얀 상상’ 이라는 제목의 지난 전시에 이어 세번째 개인전을 갖는 백진의 이번 전시 제목은'야간비행'이다. '어린왕자'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동화적이면서도 다소 몽환적인 전시 제목은 도자기와 빛의 조화가 이루어내는 아름다운 조형효과를 잘 말해준다.
흙이라는 재료는 자체의 물성과 기술적인 제한적인 요소로 인해 작가가 자유로운 시도를 하기에 적잖은 부담을 준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슬립캐스팅이라는 전통적인 제작기법을 고수하면서도 몇 가지 새로운 시도들을 통해 도자기라는 재료에 현대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지난 전시에서 보여주었던'잇기'의 방법에 조명, 패브릭과 같은 다른 재료를 끌어들이고 있으며 또한 입체 위주의 작업을 벽면으로 옮겨 평면화 하기도 한다. 작품은 모두 슬립캐스팅 slip casting에 기초한 것으로 매우 성숙한 기술적 수련이 엿보인다. 긴 원통형의 조형물을 다량생산 방식을 통해 복수로 표현한'이정표', 층층이 쌓아 올린 발(鉢) 형태의 '화려한 휴식', 두 겹의 그릇인 '기억을 찾아서'작업 등에서 전통적 기본기에 충실한 작가의 손맛을 엿볼 수 있다. 또한 2005년 제작된 'White S34'는 작은 흙덩어리를 얇게 밀어서 자기의 투광성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잇기'(knitting) 이라는 표현방식을 통해 작은 도자 조각의 무리들이 외부의 힘을 빌어 소리를 내는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제한적이고 전통적 요소인 슬립캐스팅 작업방식 위에'잇기','쌓기! ','늘어놓기','붙이기'와 같은 동적인 요소들을 결합시킴으로써 새로운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지금껏 한계로 인식되어 온 제한적 요소를 적극 활용하여 새로운 표현방법의 길을 제시하는 작가 백진의 동화적 도자 세계를 함께 경험해 보기 바란다. 갤러리 도스에서의 야간비행 I 전시에 이어 11월 30일부터는 서울시 중구 충무아트홀 내 충무갤러리에서 야간비행 II 전시가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