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도스에서는 흙을 빚어 자신의 색깔을 표현하는 젊은 작가 이인숙(Picture Diary….)의 전시를 기획하였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그림일기Picture Diary이다. 작가는 그림일기를 쓰듯 인상 깊었던 하루의 기록을 도자조형으로 작품화한 작업을 선보인다.
도자기는 형과 색이 절제된 단순한 표현만으로도 얼마든지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작품이 되는데 작가는 이를 넘어서서 도자조형의 활용범위를 자연스럽게 확장시킨 작업을 한다. 하나하나 나름의 화려한 색과 형을 간직한 도자기들은 캔버스에 그림이 그려지듯 나열되고 조합된다. 구름모양을 한 접시는 방울방울 비를 담아 산과 들이 있는 마을을 적시고, 뭉게뭉게 흰 구름들은 고요한 하늘을 떠돈다. 작가는 입체조형예술인 도자를 부조로 구성하여 이러한 풍경화, 정물화 같은 회화적 화면을 만들어낸다.
여타의 도자기처럼 특별한 용도로 만들어지지 않은 부조의 추상적인 형태들은 초현실주의 회화처럼 불연속적으로 화면을 구성한다. 그러나 의도하는 화면을 만들기 위한 작가의 감수성이 개입되면서 단순한 형태들은 유기적인 관계 속에 하나의 그림이 된다. 여러 가지 형태들을 재조합하였기 때문에 일반적인 풍경화나 정물화와는 달리 보는 이의 감성에 따라 또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일기는 생활의 기록이고, 보존이다. 단순한 생활일기라 하더라도 시간이 축적되면 쉽사리 무시할 수 없는 그 나름의 깊은 아우라를 갖게 된다. 작가는 흙과 함께 작업해 온 시간들을 돌아보며 당시의 수많은 감정(즐거움, 감격, 비참, 슬픔, 고요, 무료…)을 가감 없이 고스란히 담고 세상으로 나오는 작품들이 마치 자신만의 비밀스런 일기Diary와도 같다고 말한다.
이처럼 흙과 함께 하는 생활에 대한 작가 이인숙의 진솔한 기록은 흙 속에 담긴 감정의 울림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