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에워싼 자연환경의 변화는 아주 정밀하고 치밀하다. 나뭇잎 하나를 바라보더라도 그것을 이해하거나 포용하기 힘들다. 나뭇잎이 생성되고 소멸되는 시간적 공간적 상황이 너무나 넓고 웅장하기 때문이다. 그것에는 파악할 수 없는 무형의 몫이 존재하며, 이성으로 파악되지 않는 그 무엇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변화와 발전을 거듭한다.
장숙경이 조성해 내는 녹색 무리는 빛의 덩어리이며, 복합적 상상의 공간이며, 시.공을 포함한 사고(思考)의 융합체이다. 그것은 풍경인 동시에 사상이다. 눈으로 보이는 자연풍경 이면에 숨겨진 새로운 공간이다. 보이는 대상을 그대로 그리지 않음으로 해서 미지의 느낌이 한층 강화된다. 독특한 조형방법을 통해 자신의 일상 안에서 치밀한 예술성으로 만들어진다. 녹색의 덩어리 앞에서 자신이 포함된 다양한 공간과 자연관을 부여한다. 여러개의 녹색점은 하나의 점이다. 개별의 작은 그림들이 모여 커다란 화면을 구성하고 있는 것 역시 하나의 공간이다. 풍경으로 보거나 시각적 상황으로 이해해도 좋다. 작품을 보면서 필요한 것은 사고의 확장성일 뿐이다. 생각을 길고 넓게 하면서 작품을 보자. 봄 바람이 있고, 여름의 열기가 있고, 가을의 수더분한 낙엽이 있다. 겨울의 쏴한 한기도 느껴진다. 보는 사람 나름대로의 자연관만 있으면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하다.
잔잔히 찍혀진 녹색점들이 움직인다. 바람결에 흔들리기도 물결에 일렁이기도 한다. 세포분열과도 흡사하게 뭉쳤다가 흩어진다. 녹색은 울창한 나뭇잎의 색이고, 자라나는 생명력이다. 영어에서의 green역시 자라남이라는 어원을 가지고 있다. 동양에서 말하는 오방색의 청(靑)색은 녹색을 의미하는데, 봄의 색으로 창조, 생명, 신생을 상징한다. 그러기에 장숙경이 가지는 녹색은 더 이상 녹색이 아니다. 종이위에 미지의 이미지를 그려내면서 원시의 폭발적 생명력 자체를 그려내고 있음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성이 닿지 않은 숭엄한 이미지이다. 무위나 어떠한 상징성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세계를 구현한다. 그렇다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심산유곡의 숭고미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삶의 본연적 이미지를 찾아내고자 하는 그의 특별한 이미지 구현방법이다. 눈에 보인다고 그것이 있다고 명확히 증명할 수는 없다. 수작을 부리지 않은 상태에서 추구하는 조형어법인 동시에 삶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자 하는 사람으로서의 구도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