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저작물의 저작권은 저작자 또는 저작권위탁관리업체에 있습니다.
위 작품이미지는
전시공간에서 홍보를 위해
e-mail로 보낸 사진을 재가공하여 등록한 것입니다.
|
|
 |
|
 |
| |
일 시 |
2007.02.07.수~2007.02.25.일 |
| |
|
진면(眞面)의 왕국
이들에게 젊다는 것 이외의 공통적 요소는 보이지 않는 듯하나 실은 본질적인 부분에서는 동일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주제와 소재가 무엇이든 간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아직 미완의 자기 세계들이 이 젊은 작가들의 화폭에는 공통적으로 깔려있다. 이들에게는 쏟아 부어야 할 정열과 열정의 대상이 부재한다. 미치지도 않고 미쳐야 할 대상이나 존재도 없다. 그래서 미칠 수도 없다. 그리고 이들은 열정을 다해 저항해야할 대상도 없다. 더 이상 존경해야할 대상도 없고 부수어야할 낡은 전통도 없다. 이들 보다 한걸음 앞선 세대들에 의해 부수어져야 할 것들은 이미 다 부서지고 추한 파편만이 주변에 널려있다. 때문에 꿈 꿀 수 있는 자유도 없다. 미래는 빤하고 그렇고 그렇다. 그래서 이들 젊은 작가들은 자기세계에 침잠하여 소통하기를 거부하는 자폐적 증상을 드러낸다.
현대미술이라는 이름하에 국적불명의 혼종적 상상력을 펼치는 기존화단의 기류는 과격하고, 기괴하고 파괴적인 초현실적 이미지들은 상호소통이 불편하다. 혹은 의도적으로 소통의 단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 젊은 작가전에 초대된 젊은 네 사람의 작가들은 기존 화단의 기류에 편승하지 않고 자신만의 왕국을 찾으려는 치열한 노정에 있음이 이들로 하여금 빛을 발하게 한다.
이도현, 그녀의 그림은 강렬하고 밝은 색채로 가득하다. 그녀의 그림의 제목이 무엇이든 간에 그 속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창문과 문은 출구 없는 방에 갇힌 젊은 영혼의 몸부림일 것이다. 그녀의 문은 바깥으로 열린 문이 아니라 내면의 환상으로 열린 문이며, 환상의 세계로 향하는 또 다른 도피의 문이기 때문에 여전히 자신의 방속에 갇혀있을 뿐이다. 화려하지만 열정은 없고 색감은 강렬하지만 생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안으로 열려진 문들이 밖을 향해 시선을 이동하고, 평면적 공간을 입체적 공간으로 가시화 한 입체작업들은 자신의 지표를 객관적으로 설정하고자 하는 혹은 경계를 이동하고자하는 무의식의 다른 출구로 여겨진다. 비스듬히 열린 문을 통하여 엿보듯이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방을 만들고 그것을 객관화 시키고자하는 것은 자신과 작업을 분리시키는 의식의 전환이라는 통과의례를 치루는 몸짓일 것이다. 그 몸짓을 보다 적극적인 의미에서 출구를 찾고자 하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는 것은 성급한 판단일지 모르지만 그녀의 출구에 대한 모색은 분명하게 느껴진다. 그녀가 이제까지의 문안에서 혹은 문밖에서 바라보는 경계인-외계인이 아니라 사물을 보는 각도나 의식의 전환이라는 존재의 질적 변화를 시도한다는 점에 있어 그 귀추가 자못 기대된다.
김선영의 공간은 공허하고 차갑다. 다분히 비현실적이 생경하다. 그녀 자신은 ‘우리들이 실제 있어보지 못한 사막이나, 막연한 공간에, 미지의 실존하지 않은 공간에 있었을 때의 인상을 조형화한 모양이나 분위기를 그려 나가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그녀가 독일 유학시간 내내 가졌던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일상의 부재에서 오는 그 공허함을 화폭에 담은 것일 것이다. 공허함의 실체를 하나하나 담음으로서 그 공허함에서 벗어나려는 혹은 동지가 되려는 우울한 시선들이다. 사각형의 단순한 사물, 단색의 사물, 상징적 사물을 건조하게 그려 넣음으로서 설명하는 것이 아닌 직설적으로 전달하는 구체화되지 않은 대상에서 상상력을 읽히는 그림이 목적이라고 하지만 상상력을 통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불안하고 공허한지 구차하게 설명하기보다는 증폭시켜 전달하는 자의식의 표현일 것이다.
과거전통사회에서 자수와 회화가 결합하여 자수화라는 하나의 장르가 만들어 졌었다. 그러나 지금 자수화는 한국의 잃어버린 장르 중의 하나가 되어버렸다. 김태희의 작업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어떤 의미에서 전통자수화의 부활과 맥이 닿아있다. 물론 부활이나 재현이라는 말로 그녀의 작업을 제한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만큼의 비중과 무게가 실려 있다는 의미에서이다. 때문에 그녀의 이러한 시도는 매우 중요하다. 김태희의 작업은 주로 천연을 소재로 한 물감과 재료를 사용하고 그기에 덧붙여 전통의 기법을 즐겨 사용한다. 그녀는 수고롭게도 천연의 발색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색의 겹침으로 중첩의 효과와 물들이고 탈색하는 과정에서의 자연스러운 색의 울림, 장지위에 기름을 먹이고 그 위에 분채를 올리려 차분함과 깊이 있는 색감을 낸다. 분청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자연미와 한국전통의 미감을 표현하기에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실상 그녀의 작업은 이미 단순히 전통의 계승이나 소재주의,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차원을 넘어서 있다. 이제 그녀의 행보는 전통의 끊어진 다리를 잇고 과거의 숨결을 호흡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전통과의 소통의 틈을 만드는 작업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작업은 너무나 곱다. 스치면 묻어나올 듯 한 색감과 만지면 끊어질 듯 한 질감은 너무 고와서 과거의 잔영이 짙게 베어 나온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보다 많은 격려와 현존의 존재감에 대한 자신감이다.
이화전작업의 초점은 대상화된 공간감의 구현이다. 동양의 전통적인 평면감을 공간감을 구현한다는데 놀라운 지점이 있다. 반투명의 노방(비단)에 겹겹이 색을 입히고 아크릴 액자를 겹쳐 반투명의 공간을 재현한다. 겹겹이 채색하는 과정에서 공간의 깊이가 더해지고 반투명의 비단화폭 하나하나의 공간속에 그려진 한 마리 물고기와 꽃은 단순히 그려진 대상이 아니라 공간속에 놓인 물고기이며 꽃이다. 공간은 어항이 되고, 하나하나의 공간이 모여서 연못이 되는 공간과 공간의 결합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효과는 공간이 대상화되어 확대되고, 연장되는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반투명의 비단과 아크릴의 경계는 공간속으로 녹아들어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각적 경계를 망각하게 한다. 그러나 그녀의 물고기는 사람의 손길이 닿는 야트막한 물가에, 안전한 어항 속에 머물며 유영할 뿐이다. 아크릴 상자처럼 닫혀진 공간, 그곳은 바이러스도 바람도 없는 진공의 공간이다.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황금빛 새는 날지 않는다. 그냥 곱게 않아서 울지도, 자지도, 먹지도 않는 환상의 새일지도 모른다. 세상은 험난한 곳이고 더러운 것이라고 규정하고, 부딪혀 보기도 전에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애늙은이처럼 박제된 유리 상자 안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자유를 꿈꾸는 파랑새이다. 그녀의 황금새가 비록 작은 날개 짓이지만 파닥이며 세상을 향해 날고, 물고기가 물살을 가르며 넓은 물로 나아가고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 수 있다면, 반투명 비단화폭은 확대되고 더욱 깊어지고 바람이 일렁이는 살아 숨 쉬는 그녀의 공간으로 진화할 것이다.
이 네 명의 젊은 작가들은 다분히 자폐적일지 모르지만 세상으로 향하는 자신의 다리를 건설하는 몽상가들이다. 이들이 이어가는 다리는 어떤 다리일지 우리는 모르지만 이들이 한국그림의 새로운 지형적 변화의 징후라는 사실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판단은 이르지만 이들이 한국 그림의 잘라진 몸통에 사지를 붙이고 끊어진 다리를 이어줄 한국의 미래이다. 이제 이들이 자신만의 안전한 진공의 세계에서 한 걸음 나와 세상과 조우하기를 바란다. 누군가가 말했다. 젊은이여 불온한 전위에 서라! |
|
| |
전시개요 |
2001년 전을 시작으로 올해 6회째인 전은 매년 젊은 작가를 발굴하여 ... |
| |
|
2001년 <오늘의 우리>전을 시작으로 올해 6회째인 <2007 젊은작가>전은 매년 젊은 작가를 발굴하여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며 갤러리M의 대표적인 기획전 중 하나이다. 이번 <2007 젊은작가>전에는 김선영, 김태희, 이도현, 이화전을 선정하였다.
김선영은 구체화 되지 않은 낯선 대상을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상상력으로 읽히는 그림을 제시하고 있다. 김태희는 동양적 회화방식을 현대화하는 작가로 화훼(花卉)를 주요한 회화적 모티브로 삼아 탐구해 나가고 있다. 이도현은 창문과 문이라는 회화적 장치를 통해 일상의 일탈과 유토피아적 세계를 쫓고 있는 내면세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화전은 작은 연못 속을 유영하는 물고기 이미지를 빌어 자아를 투영시킴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갤러리M이 기획한 이번<2007 젊은작가>전에 선정된 작가들은 시대의 흐름에 빠르게 반응하고 적응하기보다는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각기 다른 주제와 매체를 통해 자신의 작품세계를 일궈나가고 있다. 선정 작가 모두의 작품이 이번전시를 통해 공고히 다져지고 이를 통해 자기 확신과 용기를 얻어 보다 넓은 세상과 소통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