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한 장소도, 특정한 인물도, 특정한 상황도 없는 그녀의 그림은 그러나 우리의 특정한 생각과 감성과 꿈으로 소통한다. 어딘지 모를 풍경은 놀랍게도 우리의 고향마을과, 또는 꿈꾸던 이상향과, 여행 중에 보았던 잊지 못할 아름다운 그곳을 정확하게 포착해낸다. 화폭에 담긴 춤사위는 특정한 어떤 이의 어떤 춤이라기 보다는 우리 모두의 가슴에 와 닿는 아름다운 몸동작과 그 흔들림으로 표현된다.
거의 독학으로 이뤄낸 것이나 다름없는 그녀의 이러한 독창적인 작품세계는 한마디로 ‘마음의 풍경’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눈앞에 보이는 것 자체가 아닌 그것이 우리 마음속에 던지는 울림과 그 풍경. 6월 7일부터 23일 까지 갤러리 라메르에서 개최되는 박진숙의 개인전을 통해 작가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가슴속에 담긴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작가의 그림속에 담긴 어제와 오늘, 시간의 흐름과 인간적인 노력은 우리의 어제와 오늘이 되어 아주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전시내용
독학으로 이뤄낸 박진숙의 작품속에는 입시미술의 고루함이나 아카데믹...
독학으로 이뤄낸 박진숙의 작품속에는 입시미술의 고루함이나 아카데믹한 습관들을 찾아볼 수 없다. 대신의 그의 화폭에는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기를 꿈꾼다는 그의 말처럼 추억과 꿈과 혼이 점철되어 있다. 명확하지 않은 묘사와 다채로운 색채로 이루어진 풍경화는 그 불명확함이나 추상적인 표현방법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감성에 날카롭게 와 닿는다. 특정한 묘사에 치중하지 않고 가슴에 떠오르는 느낌을 그대로 옮겼기 때문에 그 감성은 보편적인 것이 되어 어떤 사람에게는 그리운 ‘고향’으로 떠오르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여행지에서 본 아름다운 풍경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어릴 적에 보았던 붉은 감에 대한 기억을 잊을 수가 없어 붉은 감색을 유독 많이 사용하게 된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의 그림은 사진 같은 기억의 한 장면이라기 보다는 세월이 축적된 우리 추억의 한 장면이다.
풍경에 비해 비교적 특수한 상황묘사를 한 춤사위 작품들도 그의 다채로운 색의 활용과 긴박감 넘치는 터치와 꿈에서 떠올린듯한 불 명확성 때문에 보편적인 감성을 불러 일으킨다. 우리의 한과 넋을 실은 춤사위는 같은 문화를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또 다른 형태의 한과 넋을 불러일으켜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그의 그림에서 형성되는 힘은, 분명 독학에서 나온 것이라 말 할 수 있을 듯 하다. 미술을 하는 사람만이 알아볼 수 있는 어떤 고차원적인 해석이나 이해가 아닌 누구나 다 공유할 수 있는 진한 감정의 울림은 그의 독학이 무척이나 진지 했음을 반증한다.
탈춤으로 시작한 그녀의 어제와 오늘, 그 발전과 성숙과 노력의 이야기는 바로 우리의 어제와 오늘을 비추기에 소중한 경험을 안고 돌아갈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