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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시

이경순 사진전

일 시

2006.02.14.화~2006.02.26.일

장 소

영광도서갤러리

장 르

사진

작 가

이경순

이경순,

작가노트

가지런히 벗어 놓은 댓돌 위에 신발

가지런히 벗어 놓은 댓돌 위에 신발 풀 먹인 광목치마 딱하기만 하다 오만가지 생각을 떨치지 못한 채 긴 낭하를 지나 선다실 가는 길 대바구니 든 버선발이 뒤꿈치를 들었네 뒤따르는 무거운 정적은 태허에서 오는 것인가 행자는 촛불 켜들고 들어와 눈에 남은 어둠을 물리친다 하얀 소국이 담긴 꽃바구니는 제단을 말끔히 닦아낸다 시공을 맑히는 침향은 마루 가운데 사뿐히 앉혀 놓는다 번뇌를 삭히는 음악이 흐르면 가야 할 길이 눈에 환해진다 하얀 소매 끝에 비집고 나온 옥빛 가지런한 손에 곧추 세워 들려진 리시안싸쓰 영혼을 맑게 씻어 축복 주듯 모두어 받들어 올린 소망의 손 꽃 속에 담겨진 백담향 가루를 조금씩만 탁 탁 한 분 한 분 가슴에 안겨준다 피안으로 이르는 강가에 닿아 마음으로 기도하는 분들은 손에 놓인 향을 맡으며 폐 속에 남은 티끌 세상을 심호흡으로 깊숙이 토해낸다 몸 속에는 맑은 향으로 씻기운 정신만이 다음 선물을 위해 눈꺼풀을 내리고 기를 모으는 고요의 심연에 안긴다 정밀한 기운이 감도는 실내 아직은 고요의 경계 속이다. 그러나 소리 없는 움직임 다 함께 다완을 앞으로 당겨 차수건을 벗겨 다건 위에 잔을 놓는다 머리를 곧게 하고 마음은 쭉 펴 눈동자를 모아 한 선을 만든다 정병 든 다각이 자리에서 사뿐히 걸어 나와 우슬착지로 마주앉아 곱게 석간수로 잔을 채운다 마음을 깨우는 물소리 가슴에 흐르고 하늘이 쏟아 부은 맑은 물이 찻잔 속의 얼굴을 돋보이게 한다. 팽주는 다호를 열어 앞 앞 다완에 말차를 넣으면서 푸른 명상을 거닐어 간다 다음에 부어질 뜨거운 물과 춤추는 다선에 솟아오르는 연두빛 황홀을 위하여 저 놓은 곳의 빈 마음으로 향한다 아침 풀잎에 맺힌 이슬을 따서 담은 까만 돌솥 뚜껑의 들썩임 하늘로 승화하려는 몸부림인가 불게 타는 불의 마음인가 익을 대로 익어 가벼워진 물을 두손으로 무겁게 길어 올려 식힘 사발에 뜸을 들인다 성정이 가라앉은 격조 높은 물 녹색 가루 위로 사정없이 쏟아 내린다 섞이지 않은 뒤섞임 다선은 말차의 속내를 읽고 둘의 심장 박동수로 화합을 이루어 솟구치는 거품을 이끌어 낸다 내 속을 채우며 달려가는 찻물 기둥 푸른 생각을 키운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상관없는 하늘나라 어느 풀밭에서 덧없는 세상을 깨우는 죽비소리 이승의 시공을 흔든다 입안의 푸른 잎이 눈을 뜰 때 때 아닌 소국이 후각을 건드리고 열린 창에 비치는 빛은 하얀 모시가리개의 흔들림에 눈을 연다 가벼워진 마음이 바라보는 정원 넘어 경계가 사라진 곳 나뭇잎은 하늘빛으로 투명하기만 하다 구도자는 잔을 높이 들어올려 백호에 문을 연다 맑은 차 기운을 받아들이며 천신에게 예를 올리고 나의 존재를 확인해 본다 나는 누구인가 내 앞에 놓인 세상은 무엇인가? 선(禪)이란 누구나 말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감히 이경순은 선의 그림자를 피워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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