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배운지 불과 몇 달에서 2, 3년 된 새내기 사진가 16명이 전시회를 열었다. 영광도서 갤러리에서 실시하고 있는 사진아카데미를 수료한 완전 순수초보들이 겁 없이 연 전시회다.

그들은 순수 아마추어들이 바라보는 “우리동네”를 주제로 삼았다.
흑백에서 컬러, 그리고 필름과 디지털로 바라본 사진 30여 점이다.

초보사진가들은 우리 동네의 텅 빈 길과 널부러진 창, 사람과 사람, 바다를 통해 무엇을 나타내고자 했을까.
우리는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 것일까. 우리네 부모님들은 동네에서 또 어떻게 살아왔을까를 생각하면서 현재의 삶을, 우리의 모습을 보다 아름답게 엮어나가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우리네 부모님이 살아왔던 70년대 초 그때는 정말로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보리에 감자? 고구마 밥, 된장국이 전부였던 그 시절, 초가집에 시꺼멓게 그을린 부엌, 구멍이 송송한 방문, 밖이 휑하니 보이는 변소, 이웃집 아저씨?아줌마 싸우는 소리 쟁쟁한 골목길 등 가슴속 깊이 담겨졌던 기억들이 아련히 떠오른다.
빡빡머리 검정고무신에 구슬치기, 술래잡기로 시끌벅쩍했던 그 좁은 골목길의 기억들. 그래도 그 골목길은 인정이 가득했고 서로를 위로했으며 삶의 근원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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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바뀌고 중?고?대학을 거쳐 사회인이 되는 동안 골목은 대로(大路)로, 초가집은 아파트로 변하며 기억의 저편에 사라져 갔다.

『텅 빈 골목길, 회색벽면의 쪽창, 나무의자, 빨래집게는 연민과 그리움의 기표라 생각된다. 발터벤야민이 으젠느 앗제의 사진에서 간파했던 폐허의 아우라, 기억의 아우라, 순수의 아우라로 보여진다.

회원들 자신보다는 부모님 세대 과거 기억과 어려웠던 삶의 파편들을 회상하는 사진들이라 하겠다.
이는 회원들이 부모님들의 어려웠던 과거를 찾아가는 순수의식에서, 즉 과거의 흔적을 쫓는 향수 및 일말의 시간성과 영원성에 대한 갈망에서 나왔다고 보겠다.
또, 대상의 영혼성에 대해 밀란 쿤데라는 “대상이 풍경으로부터 사라지기 전에 먼저 사람의 영혼으로부터 사라진다”라고 했다. 회원 자신은 물론 부모님이 살아온 어려웠던 삶의 언저리를 잊지 않기 위해 항상 추억과의 대화를 해왔고, 과거로 향하는 무언의 앨범을 남기기 위한 작업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 무언의 작업 속에 추억의 아름다움과 삶의 치열한 그림자를 볼 수 있다.

회원들은 갈라진 회색벽, 음울한 창틀, 빨래집게 등 암울했던 세월과 기억의 색깔을 희망의 색인 푸른색으로 승화하고자 했던 것 같다. 또 아프기만 했던 옛 가난이 따뜻한 햇살이었음을 이해하고 있고, 그 골목이 회원들 현재의 지금으로 키웠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미로처럼 어렵고 힘든 삶을 컬러의 밝음과 희망으로 표현한 회원들의 정신세계가 부럽다. 현재가 힘들고 어려울수록 지나온 날들을 반추해보고 또 반성하며 살아가는 지혜가 저기 저편 사진에 담겨져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사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적당히 그리워하면서 삶의 모습을 아름답게 그려나간 회원들이 의도가 가슴에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