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는 지난 2년간 작업해온 근대건축 시리즈들 중의 일부로 구성되어 있다. 동산의료원 선교사 사택, 충남도청, 부산대 본관, 원동성당 등 같은 역사적이고 구체적인 대상에 기대어 있지만 장소성은 여기에서 큰의미를 갖지는 않는다. 오랜 건물의 외관이나 실내의 장면들은 우리의 근대의 상징을 드러내는 거대한 풍경의 세부일 뿐 인것이다. 과거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고자 하는 의식이 너무나 부족한 우리가 아니었던가. 남아있는 것도
얼마 없을뿐더러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되는 절차도 허술하기만 하다. 우리 스스로 근대를 구축하지 못한 것을 두고 어디선가 '모던의 슬픔'이라고 표현했던가. 세월과 함께 건물 앞의 나무는 무성해졌지만 오래전 그들의 선구자적 자취는 희미하기만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