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우울한 빛을 띠며 흐르고 숲은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다. 풍성한 나무 위로 독한 기운이 넘실대고 머리 엮은 나무들이 숨을 쉬는 것 같다. 내 눈에 보이는 이 풍경들은 사진일까. 과연 사진이라면 왜 이런 카메라의 눈이 반응하는 네거티브(negative) 필름 영상을 차용한 것 일까.
말 못하는 나무의 호흡이 느껴지는 이 작품은 우리 눈에 익은 포지티브 사진도 아니고 그러므로 네거티브 필름도 아닌, 캔버스 위 오일의 산물이다. 촬영된 필름의 네거티브 이미지를 임의적으로 변형한 뒤 그것을 다시 캔버스 화면 위에 그리는 박주욱의 작업은 우리 눈에 강한 자극을 주고 현기증처럼 각인된다. 6회째 개인전을 맞는 작가 박주욱의 이번 개인전 타이틀 역시 안티스타(Antistar)이며 여전히 네거티브 이미지를 이용한 회화를 선보인다. 그러나 ‘자연’이라는 소재와 더욱 강렬하게 살아 난 디테일의 변화는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한다.
일상의 풍경과 이미지들을 네거티브 필름 형식을 빌려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 하는 박주욱의 작업은 사진과 회화의 오묘한 경계에 있다. 냉정하고 수동적으로 찍히는 사진과 통념적이고 문학적인 그리기 사이에 서서 매체의 달콤한 면을 차용한다. 포지티브(positive)한 관습적인 시선에 머물지 않고 현실을 순간의 반전으로 초현실화 시키는 네거티브 이미지와, 그 이미지를 재현하면서 숨을 불어넣는 회화기법이 만난 것이다. 네거티브로 그려진 화면에서 대상들은 명확히 구분되어 보이지 않는다. 사실 작품에는 밤인지, 낮인지 모를 풍경과 생김새를 알 수 없는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샤머니즘적인 속성에 기인하는 초월과 기복의 상징을 띄우며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현대인의 정신적 지주로서의 표상’으로 ‘나무’를 소재로 한다. 또한 어둠과 빛이 극적으로 대비되는 작품들은 주로 꽃과 벌판, 숲, 늘어진 버드나무 등 자연을 그려낸다. 순하고도 영롱한 초록으로 상징되는 자연 풍경을 반전된 네거티브 필름의 깊은 어둠과 붉은 색(orange, magenta)으로 채색되면서 자연의 힘과 겸손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작가는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파괴되어가는 환경의 음울함을 직접적인 이미지가 아닌 색채와 명암의 반전을 통해 우회적으로 그려냈다. 렌즈에 맺힌 잔상이 푸르고 아름다워 보여도 캔버스로 옮겨지며 낯설어 지는 게 작가가 보는 자연이다. 우리 눈에는 어떠한지. 파괴된 풍경이 방출하는 독한 기운(aura)이 느껴지는가.
작가노트
본인은 그림을 통해 일상의 평범한 광경과 이미지들을 사진의 네가티브...
본인은 그림을 통해 일상의 평범한 광경과 이미지들을 사진의 네가티브의 형식을 빌어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 하려고 한다. 그것의 결과물은 단지 직접적인 사진의 인화물로 되어져 나오는 것이 아닌, 사진과 회화의 경계에 있는 중성적인 물질 감으로 변형되어져 나온다.
또한 본인의 작업은 사진의 시선이 시각의 창이 되지만 그 이면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일반적인 시각으로 미쳐 발견하기 힘든 무의식적인 내면의 충동과 에너지를 표현해내고자 한다.
이번 그림에서 주로 등장하는 ‘나무’라는 소재는 일종의 샤머니즘적인 속성에 기인하는 초월과 기복의 상징을 띄기도 하며, 현세의 삶에 안주하기 힘든 현대인의 정신적인 지주로서의 표상이기도 하다. 또한 나무는 인간에게 영원함과 겸손함의 교훈을 일깨워주는 동시에 무궁무진한 변화와 성장의 아름다움을 던져준다.
하지만 그러한 자연의 신비로운 섭리와는 무관하게 인간의 반자연적인 개발과 발전의 행태는 스스로 자멸할 수도 있는 위험한 경계위에 놓이게 될 것이다.
본인의 그림은 그러한 인간의 외부환경이 파괴되고 붕괴되어가는 상태를 직접적인 이미지로 드러내는 것이 아닌 색채와 명암의 반전을 통해 대상의 음울한 분위기를 강조하여 우회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단지 시각적인 외형의 변화가 아니라 본인 스스로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위기의식과 한없이 수그러드는 자괴감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