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다는 행위 나는 직물을 자는 사람이다. 나의 작업은 씨줄과 날줄을 어떻게 결합시키는가 에서부터 출발한다고 할 수 있다. 짠다는 행위는 인류 문명과 더불어 시작되어 오늘날까지 계속되고있는 가장 오래된 창조 행위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행위를 통해서 나는 나를 둘러 쌓고있는 아름다운 이미지들을 구체화한다. 내가 위빙 작업을 본격적으로 접하게 된 것은 로드아일랜드 대학원에 입학해서부터 이다. 그 후 나는 직물 디자이너로서의 경험을 통해서 섬유 조직과 디자인에 관하여 좀더 깊은 연구를 할 수 있었다.

생생한 그리고 빛바랜 기억들 나는 매일같이 나를 사로잡는 아름다운 형상들과 만나고 있다. 그것들은 때때로 선명하게 나의 눈앞에 나타나기도 하고 희미한 모습으로 사라지기도 한다. 나에게 있어서 이와 같은 이미지들은 언제나 가슴 떨리는 유혹이며 현재의 일상에서 나를 벗어나게 하는 휴식이며 언제나 희망을 주는 유토피아의 세계이다. 나는 이와 같은 추상적인 이미지들을 직조한다. 짜는 행위를 통해서 그 알 수 없는 형상들은 구체화되고 언제나 곁에 두고 만질 수 있는 형상으로 다시 태어난다.
위빙 작업은 캔버스에 그리는 것과는 달리 캔버스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작업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단지 물감을 바른다는 행위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나는 때때로 위빙 작업을 집을 짓는 것과 비교하기도 한다. 어떠한 소재로 집을 짓는가 하는 문제는 바로 실의 재료와 색상의 선택과 연관되어있고 어떠한 구조로 만들어 내는가 하는 문제는 바로 씨줄과 날줄을 어떤 형식으로 결합하는가에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결합 방법에 따라 직물의 표면질감과 느낌은 다양하게 변화한다. 실이라는 연약하고 부드러운 소재가 바로 짜는 행위를 통해서 하나의 견고하고 아름다운 직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과정은 나를 언제나 매료시킨다. 그리고 거기에는 언제나 만지면서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다.

반복의 미 나는 모티브의 반복을 통해서 나의 이미지를 표현한다. 그것은 텍스타일 작업의 큰 특징임과 동시에 또한 하나의 제약이기도하다. 작은 모티브의 연속적인 반복과 그것에 의해 생성되는 화면의 리듬감은 내 모든 위빙 작업에서 일관되게 보여지는 조형적 특징이다.

나는 오늘도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짜여져 있는 세상 속에서 나의 하루를 보낸다. 때로는 희망적으로 때로는 절망적으로 그러나 그것들은 모두 하나가 되어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하여 짜여지고 있다. 완성된 결과물의 모습이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또 다른 밝은 내일을 기대하며 새로운 작업을 준비한다.
어제와 오늘이라는 시간들이 모여서 고운 실을 만들고 나는 그 실로 내일의 삶을 직조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