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 한국화가 최정림은 무의미하게 흘려 보내기 쉬운 반복된 시간에 대한 자각이 일상으로의 집착을 가져다 주었고 그러한 집착으로 인하여 ‘일상’이라는 단어를 작업 속으로 끌어들이게 되었다. 천을 이용한 일정한 시간의 반복 즉 다시 말해 “올을 뽑는 행위를 행하는 동안의 시간의 반복”이 만들어 내는 패턴을 이용하여 ‘일상’이라는 주제로 지난 2003년 세번째의 개인전을 가졌다. 그리고 이번에 마련하는 네 번째 개인전(08.30-9.4, 대백프라자갤러리)에는 또 다른 일상의 표현으로 한지에 수묵채색으로 제작한 작품 30여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지 위에 먹의 번짐과 채색으로 형성되어지는 불규칙한 패턴의 선(Line)들은 나름대로 형태를 유지하면서 형태라는 새로운 조형성을 자아내고 있다. 이러한 선이 주는 작은 매력에 푹 빠져 지속적인 작업을 펼쳐 오고 있는 작가 최정림의 작가노트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져 있다.
“반복된 패턴을 만들어 가는 반복된 시간.
얼마만큼의 시간이 반복되어지고 있는지 양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지만 하나 하나의 결을 만들어 가는, 그리고 그 결들이 어울려 보여주는 그 만큼의 시간이 연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곧 친숙하고 당연한, 어쩌면 지루하기까지 한 우리의 일상이다. 하지만 보다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편견과 선입견에 의해 사고와 행동을 지배받고 산업화에 따라 주요관심의 대상이 ‘소유’에만 집중되어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하는 자신과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는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하지 못한 채 소외되어 버리는 것이다. 나의 고유한 실존에 대한 내적이고 자기 반성적 인식을 통해 반복된 시간에 대한 새로운 자각이 필요하다. 되풀이되는 시간들 속에서도 우리의 삶은 그 이전의 어느 때와도 같지 않음을 인식해야 한다. 주어진 순간 순간을 필연적으로 받아 들일 때 비로소 생동감 있는 삶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반복되어지는 나의 작업은 항상 한결 같을 수 있는 적극적인 삶의 자세로 만들어 가는 일상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하나 하나의 결을 정성스레 만들어 가는 작업으로 일상을 표현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나의 삶이다. 삶을 살아가기 보다 삶을 가꿔가기 위해 하나 하나의 결을 정성스레 만들어 간다.“ 그녀의 이번 작품전은 한국화가 주는 실험성과 은유적 묘사가 주는 잔잔한 감동이 함께 전해 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