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제1회 신조회 공모전에서 대상(大賞)을 수상하고 작품 활동중인 중견 여류화가 조은분의 네 번째 개인전이 오는 10월 11일(수)부터 16일(월)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 A관에서 마련된다. 조씨는 현재 대구시미술대전 초대작가와 심사위원을 역임하였으며, 한국미술협회와 신조회 회원으로 활동 중에 있다.
조은분의 작품세계는 ‘시각적 조형 효과를 표현하기 위한 추상표현주의적 요소’가 다분히 내재 되어있다. 캔버스 위에 유채로 채색한 후 그 위에 다시 칼라오일스틱으로 드로잉 하듯 표현한 작품 속에는 생동감과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강한 대비감이 베여있다. 1990년대 초 미국여행을 통해 그 당시에는 국내 미술 재료상에서는 구하기 힘들었던 칼라오일스틱(color oil stick)이라는 재료를 처음 접한 이후 이제껏 칼라오일스틱으로 작품을 제작하면서 재료가 주는 묘미에 푹 빠져있다. 드로잉적인 요소를 사용하되 선묘적인 묘사보다는 강한 시각대비의 조형적 효과를 가미한 면적(공간)의 구성을 꾀함으로서 재료적인 무게감을 극복하고 있다. 추상표현적 표현양식은 재현을 위한 일종의 형상적 표현방식이라기 보다는, 작가의 내면적 미의식을 무의식적이고 즉흥적으로 표현해 내는 양식이라 말 할 수 있다. 결코 완성된 형상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양식이라고 하기보다는 감상자에 일정 부분의 작품완성을 유도하는 비워있는 공간이 담겨져 있는 사색의 조형미를 가지고 있다. 작품 감상자는 감상방법에 따라 작가의 계산된 치밀함을 읽을 수도 있을 것이며, 때로는 강한 생명력과 자유분방한 묘사력에서 오는 작가의 유희적인 요소를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양면적 요소를 모두 수용하며 작품제작에 임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원로 서양화가 정점식은 “작가는 주기적인 어떤 시기에 자기의 틀을 깨지 않으면 그 관념이나 인습의 틀 속에서 현실을 바르게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자기 자신마저도 속이고 숨긴다. 한 작가가 그 나름대로 만들어낸 틀(양식)은 그 무렵 그 시기의 필요에 의해서 쌓아 올린 성(城)이지만 그 시효(時效)를 넘기면 굳어져서 쓸모가 없게되며 따라서 외계의 모든 현상(現象)을 기피하면서 Mannerism에 빠진다. 그러므로 작가가 겪어야만 하는 가장 어려운 시련은 자기의 틀을 스스로가 깨는 행위이며 이 결단에서만이 작가는 되살아 날 수 있다. 조은분의 이번 개인전이 보여 주는 회화에서 강렬한 색채와 직접 직관적인 속력 있는 붓의 Touch에서 우리들은 작가의 감정의 움직임을 읽을 수 가 있을 것이다. 인간생활에는 이따금 감정의 억양이나 호흡조절이 필요하며 작가의 작품활동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또한 예술이 인간적이기 위한 조건도 있다.“라고 그녀의 작품세계에 대해 평가하고 있다.
그녀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자유로움에서 오는 유희적이고 강한 터치의 작품 30여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조은분의 남편 역시 계명대학교 서예과 교수로 재직중인 야정 서근섭선생으로 작품활동 중에 있으며, 작고하신 죽농 서동균선생과 함께 문인화 세계의 그 맥을 잇는 작가의 집안 며느리로 성실히 작품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