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한국 현대미술 전개에 큰 발자국을 남긴 대구 작가 극제 정점식 선생의 예술세계에 대한 조명이 여러 곳에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2004년 ‘올해의 작가상’, 2005년 ‘이동훈 미술상’ 수상에 이어 지난 달 ‘이동훈 미술상 수상작가 초대전’이 대전 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되었습니다.
갤러리 분도에서는 2006년을 뜻 깊게 마감하는 의미에서 정점식 선생의 신작 판화를 중심으로 전시를 마련했습니다. 이 전시는 판화작품집을 남기고 싶어 하는 작가의 의도를 존중하여 갤러리 분도에서 전적으로 제작비를 지원하고 박철호 공방에서 판화를 제작한 결과로 이루어집니다. 갤러리 분도 임원진과 판화공방 책임자는 모두 정점식 선생의 제자들로서 이번 전시를 위해 스승의 예술을 향한 존경과 사랑을 한 마음으로 모았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예술이란 이런 계승을 통해 결코 사라지지 않음을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온화하고 청렴한 인품의 소유자인 화가-교육자-저술가 정점식 선생의 일생은 예술에 대한 열정과 그것의 진지한 탐구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이번 갤러리 분도에서 선보일 판화들은 간결하면서도 유려한 선으로 구성된 인물과 이야기하는 새와 꽃, 그리고 누드화들입니다. 정점식 선생이 말하는 ‘수적’(手迹)은 구상과 비구상이란 이분법적 구분을 뛰어넘어 화가의 유연한 신체의 흐름을 반영한 리듬 감각으로 충만한 화면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작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런 흐름을 뜻하는 ‘수적’이란 어법 안에 정점식 선생의 작업태도가 고스란히 함축되어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새롭게 제작한 누드화 판화들 외 유화로 제작된 누드화 몇 점들로 구성되었으며 대구가 낳은 우리시대의 화가 정점식 선생의 ‘선’ 예술의 진수를 볼 기회가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