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을 평소 ‘맨살’과 같은 것이라고 하던 화가의 생각을 잘 드러낸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히 그것을 판화로 재해석해 낸 점이 흥미롭다.
이번 전시에서는 동유럽, 뉴욕 등지를 여행하면서 만난 길거리 악사들을 스케치하고 그들의 사인을 받은 작품들도 볼 수 있는데 나라마다 다른 필치의 맛이 정겹다.
전시 제목인 ‘스치다, 그리고......’는 평소 중첩적인 화면을 추구해 왔던 작가의 비구상 작업이, 일상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게 한다.
작가노트
스치다, 그리고......
스치다, 그리고......
나는 등에 얹은 구름을 가볍게 털었다. 구름은 뚱하니 몸을 일으켜 초승달 아래로 기어 들어간다. 그 아래 큰, 은빛 날개를 가진 새가 몹시 빠르게 날아간다. 나는 그것의 속도와 굉음이 좀 부담스럽다. 소리를 피해 가장 키 큰 나무로 내려앉는다.
아래......나무들은 빠른 속도로 시선을 당겨 내려가고, 깊숙한 계곡에는 어제 온 비로 흙탕물이 격렬하게 넘쳐 흐른다. 물고기들은 다소 당황한 몸짓을 하고 있다. 무엇인가? 계곡 바닥 아래로 알 수 없는 움직임이 있다.
(인간들은 나를 독수리라고 올려다 본다.)
